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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말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 찾을 수 있는 곳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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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다투는데요. 쌍둥이라고 성격까지 똑 같은 건 아니예요. 하하.” 장지원(17·언니)·채원(동생) 자매는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겉으로는 서로 다르다고 강하게 말했지만, 사전에 신호라도 맞춘 듯 인터뷰 내내 동시에 “네”라고 대답하곤 어색한 듯 웃는다. 자매는 마음뿐 아니라 몸도 함께다. 국립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 2011학번 동기생이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우리는 방송대 2011학번 동기” 동기사랑이라 했던가. 사진촬영 내내 어색한 표정을 지어 고생이더니, “동기”를 함께 외치니까 환한 웃음을 짓는다. 왼쪽부터 장채원·박정훈·남윤성·장지원 씨. [최명헌 기자]

우리는 방송대 가족, 어머니 추천으로 입학

“가보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좋은 대학·직장, 그것만이 인생의 목표일 순 없잖아요. 10대, 바로 지금 경험해야 의미 있는 일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지원(유아교육과 1)·채원(법학과 1) 자매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 꿈’을 찾는 중”이라며 “가능성을 열고 제한 없이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매는 음악을 배우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하루 종일 읽고 싶은 책에 푹 빠져도 보는 그런 지금의 일상을 “행복한 하루”라고 표현했다. 내신·수능에 매달려야 하는 고교 3년보다는 ‘꿈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택했다.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한 후 망설임 없이 방송대로 진학했다. 어머니 주정란(45)씨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주씨도 방송대를 졸업했다. 쌍둥이였던 두 자매를 키우면서 좀더 전문적인 교육방법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유아교육과를 전공했다. 자녀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쏟으면서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방송대의 매력을 알았기 때문에 주씨가 먼저 방송대 진학을 제안했다.

 TV·인터넷 강의가 많아 선·후배 사이 교류가 부족한 방송대에서 이들의 꿈 찾기 여행은 얼마나 진척이 있었을까. 장채원씨는 “방송대에 대한 오해”라며 “지역별 공부모임이 활성화 돼있어 여러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고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장채원씨가 매주 참여하고 있는 공부모임엔 공인중개사·경찰·교도관 등 방송대에 다니면서 법학을 공부 중인 여러 학생들이 모인다. 이렇게 직업군이 다양하니 현실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사례들을 발제하고 토론하기에도 좋다. “제가 지금 나이에 어디 가서 이런 다양한 직업에 대해 들어보고, 경험해 볼 수 있겠어요. 방송대였기에 가능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젊음, 도전과 패기를 시험하다

방송대엔 장지원·채원 자매처럼 새로운 꿈에 도전 중인 젊은 학생이 많다. 2011학년도 등록생 기준으로 30대 이하 재학생이 전체의 66.5%를 차지했다. 남윤성(20·미디어영상학과 1)씨는 “내가 원하는 대로 수업일정을 짤 수 있고,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수업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교외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방송대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남씨는 고교 시절부터 언론·광고에 관심이 많아 학생기자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남씨의 블로그는 모 포털사이트에서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면서 하루 방문자 수가 10만여 명에 달하기도 했다.

남씨는 “일반 4년제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방송대를 선택한 내게 취업 문제 등 현실적인 조언을 하곤 한다”며 “그러나 진짜 내 실력은 내 경험에서 우러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대학을 다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언론·광고 업무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다수를 설득하는 힘이죠. 이런 능력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키워진다고 생각해요. 방송대에선 시간 여유를 갖고 이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죠.”

 박정훈(32·컴퓨터과학과 1)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계발을 위해 방송대에 진학했다. 홈페이지·서버를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다. 박씨와 같은 직장인 학생이 방송대 전체 등록생의 80%에 달한다. 실무 현장에서 익힌 다양한 노하우에 방송대에서 배운 컴퓨터관련 이론을 결합해 자신만의 개발 소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씨는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도 기초가 튼튼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방송대에서 배우고 있는 이론지식이 현장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간판, 명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진짜 내 실력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초이론을 곧바로 현장에 적용해보고, 배운 지식을 다양한 교외활동으로 기획·실천해보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장지원씨는 “나는 앞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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