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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 열풍으로 뜬 압축펀드, 8월 이후 수익률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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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靜中動)’. 2011년 자산운용업계가 그랬다. 폭발적 성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극심한 침체도 없었다. 그러나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운용사 ‘빅3’ 지각변동

7일 기준, KB자산운용의 설정액은 1년 전보다 3조3600억원 늘었다. 총 규모가 21조3600억원으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20조7200억원)과 한국투신운용(19조3200억원)을 제치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빅3’ 자리에 올랐다. 삼성은 올해 설정액이 4조7200억원 늘고, 미래에셋은 5조3000억원 줄어 운용업계 넘버1과 넘버2의 자리가 바뀌었다. 미래에셋은 적립식 펀드와 해외 펀드 열풍을 타고 단숨에 펀드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 부진에 따른 잇따른 펀드 환매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수익률 면에서 성패는 지난 8월 이후 급락장에서 갈렸다.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이 아니라 이익 안정성이 뛰어난 내수주와 저평가된 종목을 주로 편입한 운용사는 수익률이 껑충 뛰었다. 상반기 하위권에서 맴돌던 한국밸류자산운용은 8월 이후 성과가 개선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웃도는 운용사 가운데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압축펀드의 흥망성쇠

 지난해부터 상반기까지 불어닥친 열풍의 진원지는 펀드가 아니라 자문형 랩이었다. 2009회계연도(2010년 3월) 말 5000억원 수준이던 자문형 랩 잔액은 지난 5월 말 한때 9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자문형 랩으로 쏠리는 돈을 잡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종목을 자문형 랩처럼 20~30개로 줄인 ‘압축펀드’를 선보였다.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에만 이 펀드에 들어온 돈이 1조3000억원이다. 덕분에 JP모간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 상위 10대 운용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8월 이후 수익률이 급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8월 이후 이 운용사의 수익률은 -17%(6일 현재)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1.7%)을 밑돈다.

ETF 10조원, 100개 시대

 지난해 말 3조원 수준이던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 종목만 100개를 넘어섰다. 삼성이 운용업계 1등이 된 데에는 ETF가 큰 공을 세웠다. 삼성은 국내 ETF의 대표 브랜드인 ‘KODEX’ ETF를 운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하루 거래대금의 80% 이상이 지수 상승률의 2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ETF나 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ETF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다. 하루 거래량이 1만 주도 안 되는 ETF가 절반을 넘 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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