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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에 안맞는 식당메뉴 바꾸고 한국어 서툰 학생에겐 멘토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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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9일 경희대 외국인 유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각각 선출된 허윈(왼쪽)씨와 순즈웨이(오른쪽)씨. [연합뉴스]

경희대 경영학과 3학년에 다니는 중국 칭다오 출신 유학생 허윈(賀云·25·여)씨가 지난 9일 치러진 ‘총 외국인 유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해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회는 지난해 경상대에서 처음으로 구성됐으며, 서울·수도권에선 경희대가 처음이다.

 허씨는 “외국인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도 언어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며 “유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회장엔 중국 내몽골 출신의 호텔경영학과 3학년생 순즈웨이(孫志偉·22)씨가 당선됐다. 그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장학금 혜택을 늘리고 싶다”며 “체류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등록금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온 허씨는 고교 시절부터 ‘HOT’ ‘신화’와 같은 한국 가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칭다오대에 진학해 3년 동안 국제무역을 공부하면서도 한국을 잊지 못했다. 그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 꿈을 꿔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학 생활은 드라마에서 봤던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많이 외로웠다”고 말했다. 허씨는 외롭게 지내는 유학생 친구들을 하나로 묶어서 한국인과 연결시킬 수 있는 자치기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허씨는 외국인 유학생 20여 명을 모아 9월부터 선거를 준비했다. 유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선거원끼리 토의도 해보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다. 허씨는 “많은 유학생들이 구내 식당 밥이 입에 안 맞아 식사시간에 학교 밖을 맴돈다”며 “식당 밥맛을 바꿔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유학생을 위한 한국 학생과 멘토링 제도, 장학금 확충 방안 등을 공약으로 만들었다.

사흘 동안 투표가 이뤄진 선거에서 허씨는 투표율 54%에 찬성률 96%로 당선됐다. 허씨는 “800여 명이 우리에게 표를 줬다”며 “외국인 유학생 주장을 학교에 전달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60개국에서 온 경희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2500여 명.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많다. 우리나라 외국인 유학생은 2004년 1만683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8만9537명으로 7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호텔관광학과 4학년 중국인 유학생 장지에(張杰·25)씨는 “처음 입학해서 수강신청을 할 때 정보가 부족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경우가 있었다”며 “외국인 유학생회가 활동하면 불편한 점이 크게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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