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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 위험한 베팅 속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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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지 소로스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81)는 강연과 칼럼에서 “‘자기 확신’이 최고의 투자기법”이라고 자주 말했다. 이런 그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채를 사들였다. 한두 푼어치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소로스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먼삭스에서 1990년대 말 축출된 존 코자인(전 골드먼삭스 대표)한테서 넘겨받은 것이다. 코자인의 증권사인 MF글로벌은 이탈리아 등 유럽 국채에 베팅했다가 최근 무너진 증권사다.

  유럽 재정위기는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소로스가 유럽 국채를 사들인 점이 심상찮다. 그가 무엇을 믿고 위험한 베팅을 했을까.

 최근 소로스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공개한 칼럼에서 유럽 위기의 미래를 예언했다. 그는 “은행 예금 전액 보장, 국채 전액 상환 보장, 재정통합이 이뤄져야 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며 “유럽 리더는 경제와 시장 상황에 떠밀려 끝내 그 처방들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국채 전액 상환을 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위기감이 한창일 때 유럽 국채를 사들인 셈이다.

이는 그가 영국이 92년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해 끝내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그는 “영국이 파운드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로스는 코자인의 ‘땡처리’를 이용해 헐값에 유럽 국채를 사들였다.

그가 믿는 대로 유럽 국가들이 국채 전액 상환을 보장한다면 소로스는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 92년 그가 순식간에 10억 달러를 수익으로 챙긴 것처럼 말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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