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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석에서 발뻗고 자면서 간다고? `스카이 카우치` 새 좌석 나와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석에서 두명이 나란히 누워 편안함 잠을 잘 수 있는 커들 클래스. 뉴질랜드 항공이 최근 선보인 이 좌석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출처=월스트리트 저널]

미국 휴스턴에 사는 스티브 매츠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가는 13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아내 재키와 나란히 누워 갔다. 개인용 제트기도, 고가의 비즈니스 클래스도 아닌 이코노미 좌석이었다. 그는 "평소 기내에서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이번엔 5시간 정도 푹 잤다”고 말했다.

`커들 클래스(cuddle class)`또는 `스카이 카우치(sky couch)`라 불리는 이 좌석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이코노미 승객들이 실제로 누울 수 있도록 고안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에어 뉴질랜드가 최근 개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보도했다. 이 좌석은 좌석 세 개의 팔걸이를 접고, 발받침을 올려 고정시켜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명의 승객이 좌석 세 개를 이용하는데 세 번째 좌석은 정상가의 절반 정도(500~800달러, 한화 50~90만원 정도)를 내면 된다.

에어 뉴질랜드는 이코노미석의 통로를 좁혀 공간을 확보했다. 다만 방석처럼 푹신푹신하게 부풀렸을 때 총 길이가 1.37m 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리를 오그리고 자야 한다. 신혼여행을 위해 좌석을 스카이 카우치로 업그레이드한 미국 브라이언 앤더슨은 "생각한 것보다 공간이 너무 좁아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이 좀 더 편하게 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쩔쩔맸다"며 “스카이 베드가 아니라 소파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2004년 에어 뉴질랜드는 장거리 비행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보잉 787과 777기종의 새 여객기를 주문하면서 이런 변신을 시도했다. 이들은 오클랜드 중심가에 비밀스런 창고 연구실을 만들고 이층 침대를 승객이 다리를 좌석 사이로 내밀어 몸을 더 펼 수 있게 일종의 틱택토 패턴으로 좌석을 엇갈려 배치하는 등의 실험을 했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안전기준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11월 한 달간 LA~오클랜드 노선 777-300 여객기의 스카이 카우치 20개 좌석 중 15개 좌석이 판매됐다. 여행사 컴퓨터들이 아직 스카이 카우치 예약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항공사 웹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판매된다. 또 에어 뉴질랜드는 어차피 빈 채로 가게 될 중간 좌석을 절반 가격에 팔고 있다. 하지만 에어 뉴질랜드측은 카우치를 더 넓히거나 길게 만들 생각이 없다. 더 편안해 진다면 비즈니스 클래스나 프리미엄-이코노미 좌석 승객들이 옮겨올 것을 우려해서다.

커들 클래스가 특허 등록됨에 따라 다른 항공사들에게 문의 전화도 폭주하고 있다. 커들 클래스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에어 뉴질랜드의 프로그램 디렉터 케리 리브스는 “지금까지 판매된 스카이 카우치의 약 절반 정도는 커플들이, 나머지는 가족들이 구입했다"며 "두 명의 낯모르는 사람이 카우치를 사게 될 경우 침대로 만들어 함께 누워 가는 것은 자유"라며 웃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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