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닷컴 25% 감원.."닷컴주 현실직시해야"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묻지마 투자''의 대명사였던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벤처기업 톰닷컴(TOM.COM)이 전체 직원의 25%가 넘는 80명을 해고,경영난에 봉착한 ''닷컴''기업들의 해고 열풍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주식 공모 당시 30만여명이 일시에 몰려들어 인터넷 벤처 열기를 반영했던 톰닷컴의 사장 왕싱(王<先+先>)은 28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직원들을 내보내게 됐다. 모두들 인터넷 부문이 위험성이 큰 사업임을 이해하고 있을 줄 안다"며 대량 해고 결정을 밝혔다.

톰닷컴의 대량해고는 홍콩의 ''닷컴''기업들이 지난 두 달간 2백여명을 정리한 데 따른데다 대재벌 리카싱 소유 기업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다수 투자가들이 주식 청약서 제출 당시 "리카싱 기업이 망할 리 있나" "톰닷컴이 아닌 리카싱에게 투자" 등 톰닷컴 사업전망보다도 리카싱의 ''보호막''에 대한 기대가 앞섰다고 논평하고 있다.

톰닷컴의 대량 해고는 지난 4월에 시작된 세계 인터넷 시장의 열기 퇴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톰닷컴은 상장 후 매달 4천만홍콩달러(한화 약60억원)를 투입해왔으나 1/4 분기 수익 집계 결과 4천537만 홍콩달러의 결손을 기록했다.

드레스드너 클레인워트 벤슨 증권의 로널드 찬 인터넷 연구원은 "포털 사업자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인터넷 사업체들의 대량 해고가 줄줄이 뒤따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청쿵그룹과 웜포아(和記黃<土+甫>)사가 공동으로 세운 톰닷컴은 중국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다국어 포털사이트 개발을 목표로 7억6천만 홍콩달러의 자본을 조달해 지난 3월 제2증시인 성장기업시장(GEM)에 상장했다.

톰닷컴의 청약서 제출 규모는 100만건이 넘은데다 기관투자가들의 청약 주식수가 이들에게 할당된 3억5천952만주를 100배나 초과, 전세계 증시에 화제가 됐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