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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59일 만에 … MB 여당서 최단명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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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사퇴했다. 홍 대표가 이날 오후 사퇴기자회견을 마친 뒤 여의도 당사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최승식 기자]

‘여백의 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후 1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마음을 비웠다는 뜻이다. 그러곤 3시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7일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세 명이 동반 사퇴하며 ‘퇴진’을 압박해도 버티던 홍 대표였으나 사흘 만에 백기를 들었다. 취임 159일 만으로, 이명박 정부의 여당 대표(박희태 1년2개월, 정몽준 9개월, 안상수 10개월) 가운데 최단명이다.

 페이스북에 ‘여백의 미’란 글을 올리기 전까진 분위기가 강경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장수 최고위원 등이 홍 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를 ‘보이콧’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였다. 이날 오전 8시쯤 당사에 출근하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대표직을 유지한 채 자신의 쇄신 로드맵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비쳤다. 전날 자신이 발표한 당 쇄신안은 최고위원들한테 미리 다 설명한 사항이라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 없고, 따라서 그들이 불참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얘기였다. ‘마지막 호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오전 내내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권하고, 박근혜계인 김장수 최고위원이 찾아와 “모두 백지상태로 버리자”고 촉구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결국 오전 11시쯤 홍 대표는 이범래 대표비서실장 등에게 “짐을 싸라”고 지시했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며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 모두 힘을 합쳐야만이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홍 대표는 한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와 대표직 사퇴를 상의했느냐”고 묻자 자존심이 상한 듯 “나는 한나라당 대표입니다”라고 한 뒤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후 기자들에게 퇴임 인사를 하면서 “이제 시달림에서 해방됐다”고 했다. 트위터에는 “척당불기(倜<513B>不羈·뜻이 커 남에게 굽히지 않음), 이젠 자유인이 됐다”고 적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사흘 버티다 물러난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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