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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8번째 홀 8m 버디 … 제 골프 1막 마침표, 2막 출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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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노승열

“안 먹어도 배가 불렀죠. 저녁으로 갈비를 먹었는데 어떻게 목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 7일(한국시간)의 일이다. 전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6일 끝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PGA투어 출전권이 걸린 대회, 이하 Q스쿨)을 통과했다. 6라운드 합계 15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Q스쿨 상위 25위까지 내년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받는다.

 노승열은 2008년에도 Q스쿨에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지옥의 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난한 Q스쿨을 통과해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공동 3위는 Q스쿨을 거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전까지는 2007년 양용은이 기록한 공동 6위가 최고였다. 최경주는 1998년 1라운드 탈락했고, 99년 공동 35위(당시에는 35위까지 출전권)로 턱걸이했다. 성적 부진으로 출전권을 잃고 다시 나간 2001년에는 31위를 했다.

 “6라운드 마지막 홀이 이번 Q스쿨의 백여덟 번째 홀이었어요. 8m 버디 퍼팅이 남았는데 정말 짜릿했어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노승열의 8m 퍼트는 마지막 퍼트가 됐다. 공이 그린 위를 구르는 짧은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되는 듯 초조했으리라. 공은 직선으로 그린 위를 가로질러 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노승열은 가슴 한가운데 뜨거운 액체가 확 퍼지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Q스쿨 통과는 확정된 상태였지만 저에겐 아주 중요한 퍼트였지요. 제 골프의 2막을 새롭게 여는 출발점이었고 1막을 끝내는 마침표 같았어요.”

 노승열이 Q스쿨 통과를 확정짓는 순간은 98년 강원도 속초의 일곱 살 어린 소년이 처음 골프를 시작한 지 13년 만에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노승열은 “세계 랭킹 50위 이내에 들어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와 한판 붙고 싶다”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 매일 새벽 바닷가 모랫길을 3㎞씩 달리고 1시간30분씩 벙커샷을 훈련하던 생각이 나요. 지금은 추억이 됐죠.”

 그는 청소년 시절 대회에 나갔다가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시령 휴게소를 지난 중턱부터 속초에 있는 집까지 15㎞ 넘는 거리를 걸었다. 아버지(노구현·49)가 준 벌칙이었다. 노승열은 당시에 그토록 많은 걷기 훈련을 한 결과 요즘 평균 305야드의 장타를 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시절의 노승열은 ‘골프 천재’로 불렸다. 2005년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선 역대 최연소(14세·중학교 2학년) 우승 기록을 세웠다. 전국의 중·고교생과 대학생을 합쳐 2000여 명이 참가한 대회였다. 2007년 아시안투어 Q스쿨을 통과해 이듬해 열일곱 살에 프로가 됐다. 그해 아시안 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2010년 3월에는 아시안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지능지수(IQ)가 138이나 되는 이 영리한 청년은 올 시즌 내내 유러피언 투어에서 뛰었다.

 노승열은 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분간 쉬다가 내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소니 오픈은 노승열의 프로 데뷔 뒤 100번째 대회이자 PGA 투어 데뷔 무대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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