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 신철인 현대 '효자손'

중앙일보

입력

흐르는 땀을 씻는 순간 눈물이 함께 묻어 나왔다.

지난 27일 수원 경기에서 롯데를 상대로 프로 첫 선발승을 따낸 신철인(23.현대)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남몰래 울었다.

이날을 위해 남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눈물도 많이 흘렸던 탓이었다.

남들은 본토 야구를 배우겠다고 섬에서 육지로 올라오고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다지만 신철인은 거꾸로 된 길을 걸었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서울에서 야구 불모지 제주로 귀양(?) 간 것이다.

그는 1997년 경동고를 졸업했지만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학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프로의 문을 두드렸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1년을 쉬면서 진로를 모색했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2년제 제주관광대 안병환 감독이었다.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겼다.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제주도가 아니라 무인도라도 좋았다.

안감독은 고교 때까지 내야수였던 신철인을 투수로 만들었다. 강한 어깨와 허리 힘을 살려보겠다는 뜻이었다.

투수로 변신한 그는 죽어라고 뛰고 던졌다. 2년 동안 만년 하위팀이지만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안감독의 추천으로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자신의 우상 정민태(30)가 있는 현대로부터 지명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신인 2차지명에서 맨 마지막 라운드인 10번으로 간신히 턱걸이했고 계약금 2천5백만원의 헐값이지만 당당히 프로선수가 됐다.

그는 프로 입단 뒤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늘었다.

지난 5월 19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프로 첫 마운드에 올랐고 6월 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구원승으로 프로데뷔 첫 승의 감격을 안았다.

그리고 지난 1일 수원 삼성전에서 선발로 당당히 마운드에 올랐다.

김시진 투수 코치는 "볼 끝이 살아있고 어깨가 싱싱해 경험만 쌓는다면 팀의 중심 투수로 성장할 것" 이라고 칭찬한다.

신철인은 3승째를 선발승으로 장식, 3승1패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정민태의 해외 진출과 노장 정명원의 공백이 예상되는 내년이면 당당한 붙박이 선발투수로 자라날 것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