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 식량 지원 쌀 대신 영양보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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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글린 데이비스 신임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쌀·밀가루 대신 영양보조제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2시간 동안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 같은 방안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군사용으로 비축할 우려가 있는 쌀과 밀가루 대신 영양 비스킷과 영양제가 포함된 곡물가루 등의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나 임산부 같은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협의 때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임성남 본부장에게 종전의 ‘식량 지원(food assistance)’이란 말 대신 ‘영양 지원(nutritional assistance)’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미국의 정책 변화를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식량 군수 전용에 대해 미국 의회와 정부 모두 강하게 의심하면서 나온 변화로 10월께 이 정책을 확정지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반도 평화와 안보 등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지원은 별개의 사안이고, 오늘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영양 지원’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식량 지원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

 이와 함께 그는 남북 대화가 북핵 6자회담 재개의 필수 요소이며 진전 없는 회담장으론 돌아가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는 초석”이라고 전제하고 “우리(미국)는 남북한 간 대화를 대북 접근과 6자회담 재개의 필수 요소(essential element)로 본다”며 ‘남북대화가 필수’란 언급을 세 차례나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공조의 끈이 조금만 느슨해져도 북한이 미국만 상대하며 동맹 이간에 나설 것이란 양국 간의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뒤 11일 일본으로 떠난다.

글=김수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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