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신세계 "언주가 일낼줄 알았어"

중앙일보

입력

여자 프로농구 신세계 이문규 감독은 이언주를 "여성스러운 선수" 라고 요약한다.

이 평가에는 이언주가 뛰어난 활약에 비해 너무 소심하다는 아쉬움이 묻어 있다.

이감독은 이언주가 "기량은 현대건설 전주원이나 삼성생명 박정은 못지 않은데 자신감이 부족한 게 흠" 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마음 약한' 이언주는 25일 현대와의 챔피언 결정전 첫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줄곧 10점차 이상 앞서다 동점을 내주고 연장전에 들어가 종료 1분 전 4점을 뒤졌으면 분위기상 지는 경기다. 신세계는 이언주가 이 고비에서 두 골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면서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두 골 모두 수비수를 몸에 붙인 채 허공을 날며 던진 '무빙 슛' 이었다. 마음 약한 선수라면 고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언주는 "내 손으로 결판을 내겠다" 는 듯한 기세였다.

이감독은 "경기가 숨막히게 진행되니까 자신도 모르게 승부근성이 폭발한 것 같다" 며 즐거워했다.

이감독이 이언주의 활약에 유난히 기뻐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994년 한국화장품을 맡고 있던 이감독은 동주여상 학생이던 이언주를 스카우트했다.

이감독은 97년 팀이 해체되고 신세계 창단 감독을 맡게 되자 갈 곳 없던 이언주를 신세계로 불렀다.

이감독은 이언주를 누구보다 엄하게 대했다. 그러나 훈련 때만은 관대해 한번만 슛이 빗나가도 풀이 죽는 이언주에게 열심히 박수를 쳐줬다.

이제 이언주는 여자농구 간판 슈터로서 태극 마크까지 달았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언주에게 챔피언 결정전은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일궈내고 싶은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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