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금은 1395억? 222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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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25억원과 1395억원 사이. ‘안철수 기부금’ 얘기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안철수(사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달 14일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372만 주, 지분 37.1%)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에 환원키로 한 건 현금이 아닌 주식이다. 그렇다보니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면서 하루에도 수백억원씩 기부액의 규모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사회 환원 발표 당시만 해도 그의 기부액은 1514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그래서 ‘안철수 기부금=1500억원’으로 혼동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튿날 주식시장이 안 원장의 기부를 ‘대권 행보’로 받아들이면서 주가는 껑충 뛰었다. 하루 만에 기부 주식의 가치가 1741억원으로 늘었다. 한때 기부키로 한 돈의 규모가 1395억원까지 곤두박질친 적도 있다. 작전세력이 주가 변화에 개입했다고 여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단속반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뒤였다.

 하지만 5일 현재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사상 최고치(11만9600원)를 경신하면서 기부할 주식의 가치도 2225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세력 중 한 명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였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지난 2일부터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폭등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이 안 원장을 확실한 범야권 차기 주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안 원장이 정치할 뜻이 없는 것처럼 비춰질 땐 주가는 폭락 조짐을 보이곤 했다. 지난 1일 안 원장이 “제3당 창당이라든지 강남 출마설이 많은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을 땐 연구소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2100억원대이던 기부금 규모도 하루만에 1825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함에 따라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고도 안 원장에겐 5일 기준으로 2225억원의 재산이 남게 된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보도되기 전인 9월 1일 안 원장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가치는 1289억원(주당 3만4650원)이었다. 재산의 절반을 내놓아도 오히려 재산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안철수 지지층은 반(反)MB=JTBC가 개국 기념으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20~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안 원장의 주요 지지기반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에서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89.9%가 이명박 정부에 “전혀 또는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또 안 원장 지지자 중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7.1%, 민주당 지지자 29.1%, 한나라당 지지자 6.5%였다.

허진 기자

정치 행보 따라 830억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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