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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륜중 ‘카네기스쿨 교육’ 현장

중앙일보

입력

2주 전 카네기코스를 수료한 서울 오륜중 3학년 학생들이 리마인드 교육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카네기코스를 수료한 후 발표를 잘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이 돼 쭈뼛쭈뼛했거든요. 또 가만히 서서 말하니까 사람들이 제 말에 집중을 안했어요. 하지만 카네기코스에서 말을 할 때 몸으로 표현하며 설명하면 시각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연습한 후 이제 발표할 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2주 전 카네기코스를 수료한 강제훈(서울 오륜중 3)군의 말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오륜중학교.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라 적막하기까지 한교정에 강군을 비롯한 이 학교 학생 21명이 하나 둘 모였다.

 지난달 10일부터 3일간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진행된 카네기코스의 리프레시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강군과 학생들은 카네기코스에서 자신의 비전을 설계하고, 인간 관계가 좋아지고, 말하기에 자신이 생겼지만 자신들의 변화를 재점검하기 위해 다시 모인 것이다.

 카네기코스를 수료하면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리프레시 무료 세미나를 받을 수 있다. 카네기스쿨(데일 카네기 코리아) 어거스트 홍본부장은 “교육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후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의견을 제시할 때 이유를 먼저 말하고 주장

 “세 명씩 파트너를 정하고 리더를 뽑으세요. 맛있는 점심을 사줄 것 같은 친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세요.” 카네기스쿨 이수환 강사(트레이너)의 말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리더가 될 친구를 선택했다. 최근 자신들에게 있었던 즐거운 뉴스를 친구들 앞에서 리더부터 발표하는 것으로 리프레쉬 교육이 시작됐다. 며칠 전 자율고에 합격한 이야기, 외국어고 1차에 통과한 이야기, 형제·자매의 대학수학능력평가 점수가 잘 나온 이야기들이 화제가 됐다.

 이날 수업 주제는 ‘건설적인 의견 제시’.다른 사람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어떻게 말하면 되는지 배우고 연습하는 시간이다. 이 강사가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이 언제인지 물었다. 면접과 토론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조하은양이 “엄마한테 성적표를 들켰을 때”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모두 공감한다는 듯 웃었다.

 이 강사가 권채연양에게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물었다. 권양은 서슴치 않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며 “나중에 국제기구에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아니라 열정이 있어야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권양의 화법에 대해 이 강사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는 미괄식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교나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이때 ‘열정적인 사람’처럼 추상적인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내용으로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면접관이 뻔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해 집중하지 않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먼저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강사는“사건부터 말해야 듣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게 되고,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효과적인 행동, 즉각적인 코칭으로 고쳐

 이 강사에게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들은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카네기코스는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교육을 마친 후 바로 연습을 하게 한다. 이때 데일카네기 코스만의 ‘즉각적인 코칭(Coaching in the Moment)’이라는 특별한 코칭법이 사용된다.

 홍 본부장은 “훈련 중에 수강생들의 비효과적인 행동이나 경향을 파악해 수정하거나 방향을 전환해 이를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코칭”이라며 “이런 코칭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속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수진양은 배운 것을 바로 적용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싱가폴에서 살았는데 현지인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낙제를 했습니다. 6개월 동안 단어를 외우며 노력했더니 반에서 3등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양은 성취한 경험처럼 흥미를 끌만한 증거부터 말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잘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네기코스 훈련을 통해 최윤지양은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코스에서 속마음을 털어 놓을 기회가 있어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공부할 때 마음이 편해지자 자신감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개선되는데도 도움이 됐다. 강수현양은 요즘 엄마와의 관계가 서먹서먹했는데 카네기코스에서 인간관계를 배운 후 사이좋은 모녀가 됐다. 경청하는 방법을 알게 된 후 엄마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먼저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요즘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데일 카네기 코스=국제 공인 강사 자격을 가진 강사들이 99년 전통의 노하우로 코칭하는 세계적인 훈련기관. 전세계적으로 700여만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월마트 창업주 샘 월턴 등이 카네기 코스를 수료했다. 수료생에게는 세계 85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데일 카네기 트레이닝(Dale Carnegie Training) 수료증을 수여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국 데일 카네기연구소 설립했다. 삼성·LG·현대·HP 같은 1000여 개 기업에서 매년 5000명 이상 이 프로그램 수료. 서울대와 포스텍, 고려대 등은 교양과목으로 채택했다. 2008년부터 대원국제중과 대원외고·한영외고·명덕외고 등에서 국내 청소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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