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 찾아가기 (13) - 볼티모어 오리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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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던 볼티모어는 무려 42년이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는커녕 지구 우승조차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약 팀이었었다.

그리고 43년이 되던 1944년 드디어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 43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팀답지 않은 파이팅을 보여주며 월드시리즈에 까지 진출하며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월드시리즈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잘 싸워 줄 것만 같던 볼티모어는 다시 이상기류를 타며 5할9푼9리로 6할에 가까운 승률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3위에 그치는 듯, 행운마저도 팀을 비껴가며 결국은 2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버리고야 만다.

5할9푼9리를 기록한 다음해인 65년 5할8푼의 승률을 기록하며 괜찮은 성적을 유지했던 볼티모어는 66년 드디어 22년이나 끌어왔던 포스트시즌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6할8리로 지구 우승을 차지한 볼티모어는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하며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고 드디어 월드시리즈 우승의 트로피를 하늘 높이 들어올릴 수가 있었다.

이듬해인 67년 역시 팀의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76승에 4할7푼의 승률을 올리며 공동 6위로 주저앉았지만 이번에는 팀을 새로이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68시즌에 바로 승률 5할로 복귀하면서 91승에 지구 2위로 시즌을 마쳤고, 69년부터는 볼티모어의 세상이었다.

69~71년까지는 3년 모두 7할에 가까운 승률을 보여 주었고, 70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마저 또 다시 거머쥐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명문 팀으로 부상을 할 수 있었다. 72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며 80승으로 지구 3위에 그쳤으나 이제 볼티모어에게는 그런 것쯤은 걱정이 아니었다.

73년 또 다시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74년 역시도 손쉽게 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가 있었다. 이후 75년부터 85년까지의 팀 기록들 중에서 가장 형편없었던 해가 85년, 승률 5할1푼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발전들이 있었는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의 이제는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먼 팀이 아니라 포스트시즌과 가장 가까운 팀이 된 것을 살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 할 것만 같던 볼티모어의 선전도 8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강세를 그리고 있었다. 이듬해인 86년은 68년부터 지켜오던 5할 승률마저도 지켜내지 못한 채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고, 87년, 88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아지기보다는 팀의 성적은 확실한 하강세로 돌아서며 또 다시 길고 긴 부진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었다.

이후 중간권과 하위권을 왔다갔다를 반복했고, 구단은 그런 볼티모어에게 투자도 해 보고 여러 가지 힘을 썼으나, 팀의 특성상 쉽게 탈출하지는 못할 것 만 같았다.

하지만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법, 96년 데이비 존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여러 곳에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데이비 존슨은 단지 발만 빠르고 약간의 정교함에 그저 그런 파워를 보여주던 브래디 앤더슨을 시작해 여러 선수들을 메이저리그 최강 선수로 만들어 냈고, 자연적으로 팀의 성적이 나쁠래야 나쁠 수가 없었다.

96년의 브래디 앤더슨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기록 중에서 50홈런, 5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고 로베르토 알로마, 칼 립켄 주니어가 그 뒤를 받침으로써 팀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 카드를 획득하여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96년의 포스트시즌은 볼티모어에게는 약간 불만스러웠다. 팀의 징크스를 깨고 단기간에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징크스를 깬 것이 포스트시즌에도 적용되어 버린 것이다. 그 동안 항상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볼티모어지만 그런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96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이기는 방법을 확실히 배울 수 있던 볼티모어는 97년 역시 멋진 모습으로 홈구장인 오리올 앳 컴든 야드를 찾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비록 96년과 같은 폭발적인 타격과 함께 파괴적인 화끈한 야구를 자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라파엘 팔메이로가 타율, 홈런 부문에서 발전된 기량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었고 선발 투수에서는 메이저리그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가 건재하면서 연패를 허용하지 않았고, 팀이 원활히 잘 돌아간 결과 6할5리 98승의 특급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가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아쉽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패하게 됨으로써 월드시리즈 제패의 꿈은 날아가 버렸지만 충분히 데이비 존슨감독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저력을 보여준 한해였다.

하지만, 팀의 항해가 평탄치 않던 볼티모어는 98년 시작 전 또 다시 팀의 전력을 세상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켰다. 2년 동안 팀을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키워냈고, 재능 있는 선수를 눈뜨게 한 데이비 존슨감독과의 계약 실패로 인해서 시작 전부터 전력을 약화 시켜 버렸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보스를 잃은 선수들은 지난 2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주축 투수인 마이크 무시나는 건재했지만, 팀의 동료들은 그에게 승리를 전해주지 못했고 결국은 아메리칸리그에서 특급 반열인 방어율 3.5 이내의 투구를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3승 10패에 그치며 팀의 에이스를 의욕을 잃게 만들어 버렸고, 브래디 앤더슨도 천재 로베르토 알로마 역시나 부진에 빠지며 볼티모어를 부진에 늪에서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은 또 다시 4할8푼7리인 5할미만의 승률로 지구 4위. 하지만 지구 5위가 신생팀 템파베이 인 것을 감안하면 최하위나 다름없는 부진이었던 것이었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볼티모어의 99년의 시작 역시 순탄치 않았다. 팀의 주축인 로베르토 알로마, 라파엘 팔메이로가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면서 각각 클리블랜드와 텍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그제서야 볼티모어는 9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알버트 벨을 영입하였지만, 팀의 핵심 선수 2명이 빠져나간 것을 막아내진 못했다.

레이 밀러 감독은 데이비 존슨감독 만큼의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런 것들은 98년에 이어 99년에도 계속 되었다. 야구계의 데니스 로드맨, 알버트 벨은 예상외로 팀 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정작 팀이 필요할 때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B.J 서호프 타선에서 분전을 했지만 기울어 가는 집을 일으켜 세울 수는 없었다.

투수 쪽에서도 마이크 무시나와 스캇 에릭슨을 제외하고서는 무너져 내렸고, 특히나 팀의 몇 안 되는 특급 유망주 였던 아만도 베니테즈를 성급히 트레이드 시켜버린 것은 시즌이 끝날 때쯤 더욱이 가슴아프게 찾아왔다.

베니테즈가 뉴욕 메츠에서 1점 대의 방어율로 휴스턴의 빌리 와그너와 함께 최고의 소방수로 거듭난데 반해, 볼티모어는 팀의 점수를 지켜줄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앉아서 승리를 날려버린 경우가 많아서 팀의 관계자들의 성급한 트레이드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와 함께 가장 실망 스런 팀으로 꼽히며 지구 4위로 시즌을 마감한 볼티모어는 2000 시즌 시작 전에는 노인정의 팀 컬러를 바꿀 것 같았으나 그대로 강행, 그런 볼티모어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순 없었다.

사람들의 예상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초반 보딕과 찰스 존슨의 활약으로 반짝 했지만 팀의 에이스인 마이크 무시나가 초반 페이스를 잡지 못한 채 주춤거렸고, 부상에서 돌아온 스캇 에릭슨마저도 무너져 내리면서 결국은 우승 레이스에서 일찍 떨어져 버림으로써 내년 시즌이나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볼티모어는 아직까지는 쓸모가 있는 노장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켜 각 팀에 퍼져있는 유망주들과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97년에 보여주었던 멋진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게 되었다.

야구란 스포츠는 돈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란 것을 절실히 보여준 볼티모어가 과연 내년 시즌인 2001 시즌에도 노장들을 이끌고 팀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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