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이버 테러] 한나라 “왜 바보 짓을” … 돌발 악재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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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론으로 어수선한 한나라당이 대형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 10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주범이 한나라당 최구식 홍보기획본부장의 운전기사였다는 경찰 발표는 ‘한나라당 배후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 당직자는 “당 차원에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이 문 닫을 만한 사건”이라고 경악했다.

 이 같은 파장 때문에 홍준표 대표는 2일 “황당무계한 일”이라면서도 “당에서 벌인 일이 아니고, 사무처 직원이 연루됐거나 당이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대응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어 최 의원에게도 “어떻게 사람을 쓰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책임지고 당에 피해가 없도록 잘 수습하라”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김기현 대변인도 “개인의 돌출행동이긴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짓”이라며 “수사 당국은 신분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선 이번 사건과 ‘거리 두기’에 나섰지만 경찰 수사에 따라선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 역대 한나라당에서 벌어진 돌출 사건들인 2006년 2월 최연희 당시 사무총장(무소속)의 여기자 성추행, 2010년 7월 강용석 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발언 등은 각각 자진 탈당, 제명 조치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국가 네트워크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당 내부 차원의 수습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안형환 당시 선대위 공동 대변인은 “말단 비서라고 해도 당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엄청난 바보 짓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자유당의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전대미문의 선거 방해공작”이라며 공세를 폈다. 이용섭 대변인은 “‘원조 병역기피당’이자 ‘원조 차떼기당’인 한나라당이 이제 ‘원조 사이버테러당’이라는 오명 하나를 더 늘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또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백원우 의원과 문용식 나우콤 이사회의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민주당은 좀비 PC 수백대를 동원했고, 이전 디도스 수법보다 진화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남병원 개원식에 참석했다가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설마 국회의원이 시켰겠어요”라고만 했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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