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또 … 하루 2번 모든 거래 멈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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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4월 마비됐던 농협중앙회 전산망이 2일 또 장애를 일으켰다. 이날 새벽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모든 거래가 마비돼 30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이 불편을 겪었다.

 금융감독원과 농협에 따르면 이날 0시42분부터 3시54분까지 3시간여 동안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 체크카드 결제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시간 동안 인터넷뱅킹에 접속한 고객이 계좌 조회를 클릭하면 ‘미등록 계좌’라는 메시지와 함께 거래가 중단됐다. 농협 측은 “일상적인 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생긴 기술적 오류 때문”이라며 “문제 발생 30분 만에 대부분 복구를 끝냈고 장애가 지속되던 1만6000여 명의 2만5000개 계좌도 새벽엔 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문을 열자마자 혼란이 벌어졌다. 오전 9시부터 25분간 농협의 전 영업점에서 전산 장애로 창구 업무가 중단됐다. ATM과 인터넷뱅킹, 카드 거래도 마비됐다. 농협은 부랴부랴 업데이트하기 전 프로그램으로 전산망을 되돌려 상황을 수습했다. 하지만 신규 카드 개설과 면세유 판매 등 일부 거래는 오후 1시까지 계속 먹통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농협 IT분사 황재현 인프라팀장은 “자정을 전후해 영업 개시를 위한 전산작업을 하는데 거래 고객의 계좌 번호가 정상인지를 확인하는 ‘계좌 번호 정당성 체크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할 때 지켜야 할 일부 과정을 누락시킨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 측은 또 “외부 해킹 등 전산망 자체의 이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농협 고객은 장기간 거래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고객 황인정(35)씨는 “출근 뒤 인터넷뱅킹이 안 돼 지점을 찾아갔는데 역시 먹통이었다”며 “한 달이 넘게 예금과 카드 사용에 불편을 겪던 악몽이 반복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농협엔 전산 마비에 따른 민원 10여 건이 접수됐다.

 금감원과 은행 전산 관계자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관리 소홀 탓”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긴장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농협에 5일까지 사고 경위를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경고했다. 필요할 경우 직접 조사도 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전산 관계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전에 이상 유무를 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를 해보는 게 상식인데 전체 거래가 마비될 정도의 문제가 생겼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농협의 전산 관리 능력이나 사고 대처 능력이 여전히 뒤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전산 관계자들은 특히 “금융망과 독립된 면세유 관련 전산까지 오류가 생긴 점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에선 지난 4월 해킹 탓으로 추정되는 전산 마비 사태가 발생해 5월까지 인터넷뱅킹과 ATM 서비스, 체크카드 등의 장애가 계속됐다.

나현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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