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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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에치 마사에(43)
가 운영하는 술집에 잘생긴 근육질의 젊은 수병이 찾아왔다. 그는 석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찾아와 그녀가 수락할 때까지 구애했다. 1년 후 그녀가 임신했다고 말하자 그는 피식 웃었다.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내 말이 농담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마침내 우에치가 농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자기에겐 이미 자식이 하나 있으며 돈도 한 푼 없다고 말했다. 아들 앤서니가 태어난 후 우에치는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앤서니가 6개월이 됐을 때 오클라호마로 돌아갔다.

오키나와(沖繩)
의 미군은 ‘버려진 자식과 일본인 애인’이라는 수많은 비극적 유산을 남겨왔다. 오키나와에는 약 4천 명의 미국계 혼혈아가 있으며 대부분은 아버지가 없다. 일본처럼 획일성이 중요시되는 나라에서 버림받은 모자(母子)
는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또래들에게 두들겨맞기 일쑤고 어머니들은 수치심을 안고 살면서 아이를 부양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간에는 아이 아버지의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협정이 없다.

버림받은 여성들은 “자신을 타락했다고 보는 지역사회와 맞서야 한다”고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혼혈아 문제 전문 변호사 아네트 에디 캘리게인은 말했다. 우에치의 동생들은 그래도 좋게 보지만 언니는 그녀와 의절했다. “친구들은 나더러 어리석다며 낙태를 권유했다”고 우에치는 회상했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의 성장한 미국계 혼혈인들은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려고 한다. 지난 5월 그들은 ‘평화 연대의 아이들’이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G8 정상회담 기간중 일본과 미국 정부에 버려진 미국계 혼혈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2년 전 약사 출신인 미미 세이어는 혼혈아들의 사회적 차별 극복을 도울 목적으로 오키나와에 혼혈아 학교를 세웠다. 일본 학교에서 미국계 혼혈아들은 왕따 대상이다.

특히 미군이 2차대전 때 오키나와에서 1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한 사실을 교사들이 강조하면 왕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일본 아이들은 ‘네 아버지가 우리 조상들을 죽였다’고 말한다”고 세이어는 설명했다. 학교에선 40여 명의 학생들을 양쪽 문화 모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영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가르친다. 이 험한 세상에서 적어도 우에치의 아들 같은 아이들은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Gregory Beal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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