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픈 열정 채워준 사이버대 덕에 지금의 내가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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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레스토랑 루이(Luii)의 여경옥 대표(48)와 건설전문업체 아주지오텍의 이병호(50) 대표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이버대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이다. 여 대표는 2005년, 42세의 나이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 호텔외식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26년 만에 ‘대학생’이 된 것이다.

 16살에 중국집 배달 일을 시작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다가, 6년 뒤인 1984년 신라호텔에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스스로 일에 만족했고,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승승장구(乘勝長驅)’ 한 셈이죠. 하지만 중학교만 졸업한 사실이 늘 한(恨)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여 대표는 1990년대에 대학에서 ‘조리실습’ 강의를 맡으면서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중졸 학력으로 대학생을 가르치는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현장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하고, 실습과목도 잘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죠. 더 배워서 더 잘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2006년 세종사이버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 대표도 여 대표와 상황이 비슷했다. 전문대를 졸업한 탓에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동기들보다 진급이 늦었다. 이 대표가 계장일 때 입사 동기는 과장으로 승진해 있었다. “진급이 안 되면 괜히 학력 탓을 하게 됐어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죠.”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 게 됐다. ‘대학교를 가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는 ‘경영학 공부’로 구체화됐다.

시간활용 자유로워 직장인에게 안성맞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만큼 시간적 여유는 따라주지 않았다. 이 대표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업무도 바쁘고, 공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임원 승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먹었어요. 때마침 회사동료가 사이버대를 소개해 줬습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직장인이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죠.” 이 대표는 입사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세종사이버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여 대표는 이 대표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우선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했다. 야간고등학교에서는 화교인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과정 없이 대학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그때 낙심을 많이 했어요. 포기해버릴까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한 번 샘솟은 배움에 대한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2004년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대학을 알아봤다. 야간대학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다니기는 불가능했다. VIP접대가 언제 잡힐 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사이버대를 알게 됐다. 여 대표는 “편한 시간에 공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평일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주말에 몰아서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주말에 15시간 넘게 수업을 듣거나 과제가 너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대학교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4.3학점 만점에 4.1학점이라는 높은 성적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공부’에 목말랐던 만큼 학사로 만족하지 않았다. 여 대표는 경기대에서 외식산업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외식조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대표도 세종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이버대로 진정한 경영자·요리사로 발전

두 사람은 사이버대의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학위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맥을 넓히는 기회기도 하다. 여 대표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현재 그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여 대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과 학교 간 MOU를 체결해, 입학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50% 저렴한 학비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대를 통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재 1명은 졸업을 하고, 2명은 재학 중이다. 내년에는 2명이 입학을 앞두고 있다. “특히 중식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공부를 안 한 사람이 많아요.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리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이 대표도 세종사이버대를 다닐 때 15명의 부하직원과 함께였다. 당시 회사에서 학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직원은 5명 정도였다. 이 대표는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기존의 3배가 넘는 직원이 무료로 사이버대를 다니는 혜택을 누렸다. 이 대표는 전문대를 졸업한 딸 이나리(23)씨에게도 사이버대를 적극 추천했다. 이씨도 현재 세종사이버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두 사람은 “사이버대가 없었으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경영학 공부로 회사의 전체적인 손익을 따질 수 있는 직원이 될 수 있었다. 대표가 된 지금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회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여 대표는 ‘왜 그 조미료를 넣는지,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에 대답할 수 있는 요리사이자 교수가 됐다. “사이버대를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삼으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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