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그린 ‘수월관음도’ 은해사서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현존 고려불화 중 명작으로 꼽히는 일본 가가미진자(鏡神寺)의 ‘수월관음도’가 전통불화 기법으로 복원돼 4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점안식을 열고 공개된다.

 복원된 수월관음도(사진)는 서경대 박미례(52·불교미술) 교수가 2009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3년 만에 마쳤다. 크기는 540㎝(세로)X270㎝(가로)로 여백 등이 넓어 원본보다 크다. 점안식은 이날 오전 10시 괘불대에 불화를 걸어 놓고 진행된다.

 가가미진자 수월관음도는 고려 충선왕과 충렬왕의 왕비가 1310년 궁정화가 8명을 동원해 제작했으며, 1391년 가가미진자에 전래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수월관음도는 현재 일본의 국보급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나, 바탕인 비단이 많이 훼손되고 안료도 심하게 벗겨져 본래 색을 많이 잃어 버린 상태다.

 박 교수는 원본을 쉽게 대할 수 없는 국민에게 수월관음도의 존재 가치를 널리 알리고, 사라져 가는 고려시대 비단 그림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복원을 결심했다.

 박 교수는 “복원 수월관음도에는 금 112g(30돈)에 보석급 광물성 안료도 들어가 있다”며 “전통 불화기법 중 비단 바탕 배채법이라는 특수 기법을 적용해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불교미술의 중심지인 공주 마곡사의 불화승 계보를 5대(금호-정연-지정-병진 스님-박미례)째 잇고 있다. 복원된 수월관음도는 점안식 뒤 1주일 동안 은해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뒤 전국의 주요 사찰을 순회하게 된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