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정위조사·결합재무제표 작성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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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결합재무제표 제출시한이 이달말로 다가오는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방침까지 알려지는 등 잇단 악재로 고민하고 있다.

올해 처음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 17개 그룹은 매출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부채비율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경영실적이 왜곡될까봐 비상이 걸렸다.

모든 계열사간 출자금과 거래관계 등을 상계함에 따라 자본금은 줄어들지만 부채는 그대로여서 4대 그룹도 이 방식대로 할 경우 부채비율이 200% 아래로 축소됐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20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20∼30%씩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 현대, LG, SK 등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4대그룹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를 꺼려하면서도 부채비율이 예상보다 높아지는데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기업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과 건설업 등 산업의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계열사를 포함시킬 경우 부채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져 결합재무제표가 과연 기업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냐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IMF의 권고에 따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됨에 따라 기업들의 대외신인도 저하, 시장불신 가중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작년말을 기준으로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돼 계열기업간에 한 기업의 재무 리스크가 다른 기업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은 한 기업의 문제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켜 침소봉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4대 그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나 분사기업 부당 지원여부 및 벤처기업을 내부거래 및 상속수단으로 악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따라 이들 기업은 공정위 조사의 진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가운데 이번 조사 역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문제와 맞물려 있는게 아닌가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분사 및 벤처기업을 상속수단으로 하는 부분에 대한 조사가 특정 대기업을 타깃으로 해서 이뤄지는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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