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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률, 2002년 이후 99.1% ... 쌀은 예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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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호 14면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입개방 역사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발효를 전후로 큰 획이 그어진다. 이때 쌀·쇠고기 등 몇몇 품목을 제외하곤 사실상 대부분의 농산물 수입이 전면 개방됐기 때문이다.국내에선 70년대까지는 농산물 수입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가 78년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기본방침이 마련됐고, 일부 품목이 수입자유화됐다. 80년대 들어서면서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냉동딸기, 살구, 커피, 칠면조 고기 등이 순차적으로 개방됐다.

농산물시장 개방의 역사

91년엔 국내 과일시장에 큰 여파를 미친 과일이 대거 들어왔다. 당시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던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수입자유화된 것이다. 바나나는 수입 개방 이전에는 구상무역(바터무역) 형태로 필리핀과 대만에서 주로 들여왔다. 제주도의 일부 농가에서 바나나를 재배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은 데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물량도 적은 탓에 비싼 가격에 팔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소득층엔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인 과일이었다.

그러나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베트남·중국·태국산 바나나가 쏟아져 들어왔고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요샌 가장 싼 과일 중 하나가 됐다.
종전 바나나를 생산하던 제주도 농가들이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재배를 포기해 93년엔 국내 재배면적 ‘0’을 기록하기도 했다. 파인애플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91년엔 대두유(콩기름), 옥수수기름도 시장이 개방됐고 93년엔 두부와 두유도 문을 열었다. 콩은 95년 마지막으로 수입자유화됐다.
UR이 발효된 95년 농수산물 품목 1513개 중 95.6%인 1446개 품목이 수입자동승인 품목이 됐다. 수입자유화된 것이다. 양념류의 대명사인 마늘과 생강·양파도 이때 수입자동승인 품목에 포함됐다. 수입자유화율은 매년 상승해 98년엔 98.5%까지 올랐고, 2002년 이후엔 99.1%를 유지하고 있다.

쇠고기는 2001년 완전 개방됐다. 이전까지는 쿼터제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수입해 왔다. 돼지고기는 이보다 앞선 97년 7월부터 수입자유화됐다. 닭고기 역시 같은 시기에 개방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특정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농산물 시장이 문을 열었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칠레산 포도와 키위·복숭아가 대거 수입됐다. 또 올 7월 한·EU FTA가 발효되면서는 유럽산 냉동삼겹살과 치즈·버터 등이 수입 개방됐다. 유럽산 냉동삼겹살은 국산 삼겹살의 약 4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어 8월엔 한·페루 FTA 발효됐다. 이에 따라 페루산 꿀·커피·닭고기·녹두가 수입자유화됐다.

거센 개방의 파고 속에서도 쌀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 쌀시장까지 완전 개방할 경우 농가 피해가 막심한 데다 식량안보 우려까지 더해져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외국 쌀을 일정 수준으로 의무수입하고 있다. 95년 연평균 국내 소비량(1986~88년 기준)의 1%에서 시작해 2004년엔 4%로 뛰었고 2014년까지는 7.96%로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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