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덩어리 제거하려 배 가른 35세女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얼마 전 국립암센터 3번 수술실에서 환자의 작은 조직이 병리과로 이송됐다. 난소의 암세포가 배 속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 35세 여자 환자의 조직이었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배를 가르는 개복(開腹) 수술을 하던 중 조직을 떼내 검사를 의뢰한 것이다. 수술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환자의 고통이 줄고 회복이 빠르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 숙련된 병리사들이 영하 21도에서 조직을 빠르게 얼렸다. 10분 만에 조직 표본을 슬라이드 형태로 만들어 현미경 판독을 시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암이 아니었다. 독한 세균에 감염된 방선균증(actinomycosis)이었다. 인터폰으로 집도의에게 결과를 즉각 알렸다. 수술은 중단됐다. 그 후 항생제를 투여했고 완치됐다. 수술 전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에서는 난소 표면에 장(腸)이 들러붙어 난소암이 의심됐지만 조직 검사가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위·대장·유방·자궁 암은 수술 전 조직을 떼내 병리검사를 해서 암 여부를 판정한다. 환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조직검사로 사전 검사로 불린다. 앞에서 언급한 환자처럼 난소암이 의심되거나 신장·담도·담낭 등의 암은 수술 전에 검사할 수 없다. 조직세포를 떼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암 환자들은 진찰과 방사선 검사를 토대로 암이 의심되면 수술에 들어가고 수술 중 조직을 떼내 검사한다. 수술 중 동결(凍結) 검사라고 한다. 15분 내에 판정해야 하는 응급 검사이다.

앞에서 예를 든 여자 환자와 가족은 암인 줄 알았다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니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소암이 의심돼 수술을 받던 52세 여성의 조직검사 의뢰가 왔다. 수술 중 난소암이 확진됐고 여기저기로 번진 사실이 확인됐다.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말기암이었다. 수술은 중단됐다.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병리검사는 큰 영향을 미친다. 암 진단과 치료는 병리과뿐만 아니라 내과·외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이 함께하는 종합의술이다.

유종우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 병리과 전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