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시즌 첫 홈런 단독선두 이승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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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의 '라이언킹' 이승엽이 올시즌 처음 홈런부문 단독 선두로 부상하며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전날까지 송지만과 홈런부문 공동선두에 올라있던 이승엽은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6회 구대성으로부터 올시즌 27호 홈런을 뽑아냈다.

지난해 54개의 홈런을 때려 왕정치의 아시아기록(55개)에 1개 모자라는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초반 주춤했던 홈런포를 재가동하며 '이승엽 신드롬' 재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이승엽의 이날 홈런은 주위의 큰 기대로 인한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한순간에 씻어내는 것이기도 했지만 가장 껄끄러워하는 투수인 '천적' 구대성으로부터 뽑아냈다는데에도 의미가 있다.

95년 고졸 신인으로 프로에 뛰어든 이승엽은 홈런을 때리기 바로 전 타석까지 구대성에 46타수 5안타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최고의 슬러거', '국민 타자' 등 현란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승엽이지만 삼진도 23번이나 당해 구대성 앞에만 서면 '한국최고의 타자'가 아니라 '고양이 앞의 쥐' 꼴이 되곤 했다.

실제로 이승엽은 같은 왼손잡이인 구대성에 약한 이유에 대해 위협적인 투구폼에 공도 어디서 나오는지 예측할 수 없는데다 구위까지 뛰어나 제대로 맞추기도 힘들 정도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러나 이승엽을 올시즌 첫 홈런 단독 선두에 올려놓는 의미있는 홈런이 구대성으로부터 나올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었다.

'천적' 구대성에게 의미있는 홈런을 뺏어내 '징크스'까지 떨쳐버린 이승엽은 2년 연속 홈런왕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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