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무한정보를 공유한다 - . 최근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피어투피어'' (Peer-to-Peer) 서비스가 새로운 인터넷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이용자가 네트워크에 접속한 수많은 다른 네티즌의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직접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콘텐츠 제공업체의 서버를 통하지 않고도 제3의 이용자와 1대1로 각종 파일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정 사이트나 컴퓨터에 정보가 집중되던 지금까지의 인터넷 이용 관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개발한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안드리센은 "피어투피어 서비스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라며 "월드와이드웹(www) 과 브라우저가 출현했을 때처럼 큰 변화를 몰고 올 것" 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지난해 5월 설립돼 이미 1천4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냅스터가 꼽힌다.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인터넷의 엘비스 프레슬리'' 로 불리는 냅스터는 익명으로 수백만개의 컴퓨터를 검색, 각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돼 있는 MP3 음악 파일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냅스터사는 이용자들의 파일 교환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피어투피어 서비스는 음악뿐 아니라 동영상.검색엔진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스케이프사는 지난 4월 회원들끼리 공유한 모든 파일에 대해 검색 및 다운로드가 가능한 ''큐트 MX(Media Exchange) '' 를 선보였다. 큐트 MX는 검색 엔진.채팅.즉석 메시지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단순한 파일 교환 외에도 이용자들끼리 보다 높은 수준의 의사 소통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회사 사장인 산드라 풀 크리스탈은 "큐트 MX는 인터넷의 미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줄 것" 이라며 "모든 컴퓨터 사용자가 빠르고 풍부하며 역동적으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디지털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윈엠프를 만드는 널소프트는 그누텔라(Gnutella) 라는 파일 교환 프로그램의 시험판을 3월 중순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또 영국의 프로그래머인 아이언 클락은 음악.영상.문자.소프트웨어 등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파일을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프리넷'' 을 개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삭제하거나 출처를 밝히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이를 막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벤처 캐피털들도 ''피어투피어'' 의 장래성을 높이 보고 본격 투자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의 벤처 기업인 인프라서치는 뉴스.사진.주식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한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 2백만달러의 개발 자금을 손쉽게 확보했다.
마크 앤드리센과 레드포인트 벤처 캐피털은 유망한 사업체를 찾아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익사이트앳홈의 전 임원인 그레이엄 스펜서는 "피어투피어 서비스가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이 1백개라면 이제 겨우 2개 정도만 모습을 드러낸 셈"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회의론도 일고 있다. 우선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다. 피어투피어 서비스의 형님격인 냅스터는 현재 미 음반산업협회(RIAA) 와 소송 중이다. 전문가들은 영화.음악.소프트웨어 등 파일 교환시 생길 수 있는 저작권 시비를 미리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개인용 컴퓨터의 처리.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어 대용량 데이터를 공유할 경우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자유로운 정보 공유'' 라는 인터넷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며 점차 증가하는 정보의 통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어투피어 기술의 확산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정보통신전문 컨설팅사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 의 인터넷 분석가 맬컴 매클라흐란은 "냅스터가 사라지더라도 냅스터가 선보인 기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