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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천식·아토피 막으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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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지태
환경보건센터협의회장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 시내에 날벌레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날아다녀서 시민들이 생활에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처음에는 건강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하루살이라고 보도되었다. 그러다 며칠 뒤 전문가의 인터뷰를 보니 이 날벌레는 하루살이가 아니라 ‘면충’이라는 진딧물이라고 했다.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고, 식물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의 일종이다. 이들이 가을철 짝짓기와 겨울철 동면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인해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거의 사라져서 생긴 일로, 언제 또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계 현상은 아니지만 지난 5월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중증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져 충격을 준 일도 있다.

 이 두 경우는 모두 인간이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여러 가지 장치와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우리의 건강에 직접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된 예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크게 문제를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생활 속의 독성 화학물질을 잘 관리해야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방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즘 소아청소년과 외래에서 특히 많이 늘어난 질병은 천식, 아토피피부염, 소아 비만, 소아 당뇨, 성조숙증, 소아청소년 암,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이다. 이런 질병을 흔히 환경성 질환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환경성 질환이라는 진단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없고, 이들 질병과 환경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거의 없고, 투자되는 연구비 역시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정부의 관심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그 화석연료의 대표인 석유에서 개발된 수많은 석유화학물질이 어린이 생활환경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생활 편의시설과 장난감, 식기 등 모든 것이 독성 화학물질을 미량 함유하고 있다. 요즘 태어나는 어린이들은 이미 엄마의 배 속에서부터 이런 물질에 노출되기 시작해 일생을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이 건강 환경에서 성장해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생활환경 속에 노출될 수 있는 수많은 화학물질의 사용에 대한 안전 검사와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 만약 인구도 줄고, 건강 인구도 줄고, 수많은 성인이 태아 때부터 노출된 환경호르몬과 건강 영향 물질, 발암물질로 인해 만성 질환을 앓게 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어린이의 건강한 생활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젖병에도 독성 화학물질이 섞여 있고, 플라스틱 장난감에도 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아기가 기어 다니는 비닐장판 위에 국가의 미래를 좀먹을 각종 독성 화학물질이 넘쳐나고 있다. 환경성 질환에 대한 관심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관리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정지태 환경보건센터협의회장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