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단돈 10만원뿐인 대학 졸업생, 5년 후 연 매출 수억원대 패션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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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우수중소기업전’에서 만난 임미나(33·여·사진) 이로스타일 대표가 한 말이다.

작은 회사에서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은 규모와 매출이 안정적인 회사에만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청년창업가들이 (세운 기업이) 안정적일 리가 없지 않으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임 대표가 참여한 ‘우수중소기업전’은 청년창업가들과 중소기업이 자립할 수 있게 롯데백화점, 송파구 상공회, 송파구청이 손을 잡고 주최하는 행사다. 상·하반기에 두 번씩 나눠 열린다. 백화점은 판매장소를 마련해 주고 송파구 상공회와 강남 청년창업센터가 창업자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임 대표는 올해가 네 번째 참가다. 그는 “매출도 좋고 백화점 입점 기록은 향후 판로를 확보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청년창업가들을 지원·교육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 1기 출신이다. 2006년 단돈 10만원으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트레이닝복을 파는 것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7명의 직원을 두고 수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중국·일본 등지에 수출도 하고 해외 생산기지도 두고 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종합패션 사업가다. 임 대표는 패션과는 상관없는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교사가 되길 원했다. 그도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에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려 했다. 그러나 원서를 내러 간 학교에서 ‘스타일리스트 인증 과정’에 관한 플래카드를 보곤 그 길로 진로를 바꿨다.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매출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회사다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직원들 관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2년 만에 사업을 접고 ‘하이서울 창업스쿨’ 과정을 수료했다.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도 거쳐 2009년 재창업했다.

임 대표는 “창업교육을 받기 전후의 차이가 크다”며 “첫 사업 때는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물건을 떼다 파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콘텐트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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