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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FTA 반대 집회’ 무대 올라 4행시 하며 “리명박, 천벌 받아라” 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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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FTA 비준안 처리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영! (들리지 않음). 리! 리명박, 니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병! 병원도 니들 맘대로 한다는데. 원! 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원 없이 천벌 받아라.”

 13일 오후 서울 종로의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결의대회 현장. ‘영리병원’으로 4행시 짓기 행사가 진행됐다. 이때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이명박 천벌 받아라”고 외쳤다. 4행시를 이 학생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생은 종이에 쓰여진 글을 읽어내려갔다.

 4명의 발언자 중 두 번째로 등장한 이 학생의 4행시 낭송이 끝나자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일제히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한 40대 남성은 “MB(이명박 대통령)도 곧 아프고 병들어 병원에 올 텐데 의료민영화 되면 너도 당해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발언자들은 “언론에서 괴담이라고 하는데 FTA(자유무역협정)가 되고 의료민영화 되면 맹장 수술비가 진짜로 1000만원 된다”고 했다. “괴담이란 언론 주장은 사실이 아니니, 동요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3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유치원생,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담요를 망토식으로 두른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모 손을 잡고 ‘의료민영화 반대’라고 쓴 팻말을 들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고 “현 정부 여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한·미 FTA 반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3만여 명(경찰 추산 2만1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2012년은 노동자 민중의 운명을 가를 정치적 대격변기”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전개해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펴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노동기본권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개 중대 6000여 명을 현장 주변에 배치했다.

 앞서 오후 1~4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 민주노총 소속 각 연맹은 개별적으로 서울역 등 10곳에서 사전 대회를 열었다. 1만2000여 명이 서울역과 독립문공원에서 본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했지만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오후 6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주최하는 촛불문화제에 합류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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