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 개발싸고 미국 석유사들 검은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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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필립스등 미 석유회사들이 카스피해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 전.현직 고관에게 거액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특히 미국에서 소규모 금융건설팅 회사인 머케이터 코프를 운영하는 제임스 기펜(59)이 뇌물 전달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스위스 정부로부터 관련 금융거래 자료를 넘겨받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펜은 오랫동안 옛 소련과 중앙아시아에서 거주해왔으며 1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석유.천연자원 개발 및 협상 업무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뇌물 전달이 사실로 드러나면 석유회사들과 기펜은 기업의 뇌물 제공을 금지한 미 해외부패 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다.

◇ 뇌물 전달 과정〓필립스.아모코.모빌 등 석유회사들은 1997년3월부터 98년9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미국내 자사 계좌에서 총 1억1천5백만달러를 인출, 스위스 은행 소유의 미 뱅커스 트러스트를 거쳐 기펜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아모코와 모빌은 이후 인수.합병으로 각각 BP아모코, 엑슨 모빌로 이름이 달라졌다).

기펜은 이중 6천만달러를 영국 버진군도내 자신의 계좌와 스위스 셸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60), 전 총리 아케잔 카제겔딘(48), 국영석유회사사장 눌란 발김바예브(52)와 이들의 가족 계좌로 이체했다. 나머지 5천5백만달러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다른 석유회사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뇌물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왜 전달했나〓러시아 남부와 이란의 국경에 있는 카스피해의 화학탄화수소.석유 등 천연자원 개발작업(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에 참여, 이권을 따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 천연자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점하고 있다.

◇ 당사자들의 반응〓카제겔딘 전 카자흐스탄 총리의 변호사는 "97년 6백만달러를 받았으며, 이후 돌려주려했으나 실패했다" 고 말했다.

기펜의 변호사는 "미 법무부로부터 조사 통보를 받지 못했다" 고 말하고 "그러나 모든 일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고 주장했다.

BP아모코.엑슨모빌 등은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방침" 이라고 강조하고, 현재 자체 조사중이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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