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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살리고 암 조직만 제거하는 보존술 … 재발률 낮고 여성 상실감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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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현 센터장(의료원장)

여자라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암이 있다. 바로 유방암이다. 40~5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요즘엔 20~30대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는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심지어 흉부 근육까지 도려내 ‘여성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컸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에서는 이런 여성들의 걱정을 줄여주기 위해 ‘유방보존술’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양정현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왼쪽)이 가슴의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건국대병원 제공]

‘유방 감마스캔’으로 3㎜ 미세 종양도 찾아

유방보존술은 흉터를 최소화해 여성의 가슴을 유지하면서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에서 수술받은 환자 중 70%는 유방보존술을 받는다. 선진국의 유방암 치료성적과 유사한 수치다. 유방암 분야 권위자인 건국대병원 양정현 의료원장(사진)은 “성형외과 전문의와 협진하면서 최신 수술 장비와 기법으로 환자별로 최적화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고 흉터를 줄인 비결은 무엇일까. 최신 기법과 장비를 통해 유방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기초가 됐다. 바로 ‘유방 감마스캔’이다. 방사성 의약품을 정맥 주사해 유방으로 방출되는 감마선을 컴퓨터 영상으로 재구성, 유방조직 내 암세포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3㎜ 크기의 미세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다. 불필요한 유방조직검사도 생략할 수 있어 검사기간과 비용을 줄였다.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방 방사선 촬영,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PET-CT) 같은 최신 장비도 갖추고 있다. 통상적으로 초음파 진료장비는 초음파검사실에만 있다. 하지만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에는 대부분의 외래진료실에 이 장비를 갖추고 있어 환자가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

  ‘감시림프절 생검법’으로 일부분만 절개

양 원장이 1995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감시림프절 생검법’도 주목할 만하다. 감시림프절 생검법은 암의 크기에 따라 유방의 일부분만 절개하는 부분 절제술이다. 암 크기가 1~3㎝ 이하인 경우 세포가 가장 먼저 전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림프절을 검사해 그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림프절을 절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암세포에 전이된 림프절만 절제하므로 절제 부위가 최소화된다. 유방보존율을 높이면서도 생존율이나 재발률이 완전절제술과 별 차이가 없다. 기존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술과 달리 전이가 확인된 림프절만 선택적으로 절제해 여러 가지 합병증과 부작용을 줄였다. 하지만 모든 유방암환자가 이 시술을 받을 수는 없다. 임상적으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지 않고 암 크기가 2㎝ 이하 조기 유방암환자에게 적용된다.

 잘 구축된 협진시스템도 유방암센터의 장점 중 하나다. 진료에 유방내분비외과, 종양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등 13명이 참여한다. 당일 진료와 검사가 가능한 이유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함께 수술에 참여해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하면서 유방의 모양을 살리기도 한다. 양 원장은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는 여성암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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