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지구촌 미래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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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약소국에게 경쟁, 아니 이익 박탈과 같다. 경쟁이라는 포장 아래 국가의 보호막이 걷히면 살아남을 것이냐 없어질 것이냐 하는 운명이 힘의 논리에 의해 판가름난다. 이처럼 경쟁은 승리자와 패배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게임이다.

〈경쟁의 한계〉(리스본 그룹 지음.채수환 옮김.바다출판사)는 바로 이런 경쟁에 대해 정색하고 물음을 제기하는 책이다.

소수의 승자를 위해 대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이런 경쟁 시스템이 과연 적합한지, 이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경쟁 이데올로기를 뒤에 감춘 세계화는 시대정신이 됐다. 경쟁이 기술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부를 늘려주었고 민주주의 확산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 신봉자들은 경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시장 경제 논리를 정치.문화 등 다른 분야에 끼워 맞추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경쟁을 최고로 간주하는 세계화가 추진되는 곳에서는 사회적 불평등과 환경파괴 등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경쟁 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렀을 때 인류가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여섯 가지 시나리오, 즉 ▶아파르트헤이트 시나리오 ▶생존 시나리오 ▶팍스 트리아디카 시나리오 ▶지속 가능한 지구촌 통합 시나리오 ▶가티스트(Gattist)시나리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하는 것은 더불어 사는 국제사회 모델인 '지속 가능한 지구촌 통합 시나리오' 다. 향후 20년 이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전망하면서도 1992년 리우 유엔 환경회의를 예로 삼아 개인과 국가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리스본 그룹은 신대륙 발견 5백주년인 92년 포르투갈 리스본에 모인 서방 선진국에서 모인 19명의 소장파 학자 그룹을 일컫는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총회를 잇따라 갖고 있다. 이 책은 90년대 초반부터 경쟁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해온 리스본 그룹의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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