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음란성 논란 일단락

중앙일보

입력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둘러싼 음란성 유무 논란이 30일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6개월여만에 일단락됐다.

서울지검 형사 7부는 이날 음란폭력성 조장매체대책 시민협의회(음대협)가 지난 1월 형법상 음화 제조.반포 등의 혐의로 고발한 장선우 감독과 제작자 신철씨, 단성사 등 전국 43개 극장주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영화 내용이나 묘사가 보통사람들의 성욕을 자극, 성적흥분을 유발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음란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측 설명이다.

다시말해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포르노 영화'에 불과하다는 음대협측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이로써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내내 영화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던 창작과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볼권리, 음란성 등에 대한 논란은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끊임없이 주장해온 영화계의 판정승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동안 영화계는 이 영화가 음란물에 불과하다며 극장상영 중지와 제작관계자 사법처리 등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에 맞서 "이 영화에 대한 검찰수사는 우리사회의 문화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법적인 잣대를 적용하는데 반발해 왔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표현의 한계에 대한 수위가 좌우될 것이라며 수사향배에 비상한 관심을 쏟아온 영화계는 일단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제작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영화가 르네상스기를 구가하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창작, 표현의 자유에 재갈이 물려 힘들게 쌓은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홀가분하게 털었다는 표정이다.

제작사인 신씨네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해외에서 예술적가치를 인정받은 영화가 국내에서 음란성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며 "음란성 여부를 형사적 제재보다 국민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 옳다고 본 검찰측 판단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신씨네측은 나아가 "앞으로 등급외전용관이 국내에 생기면 〈거짓말〉완성본을 관객들에게 선보여 재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계 인사들도 "시민사회단체의 여론몰이는 과거 '정치적 검열'에 버금가는 '문화적 검열'에 다름 아니었다"며 "앞으로 이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피해가려면 등급외 전용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가세했다. (서울=연합) 이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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