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수혜주’가 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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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실시되면 군소 제약업체들과 우량 제약주들과는 명암이 크게 엇갈리게 된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주가가 급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협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과 시장의 판단이다. 시장의 판단은 그만큼 냉정하다는 뜻이리라.

이와 함께 정상회담에 집중되었던 투자자들의 시각이 ‘이상’과 ‘기대’에서 ‘현실’로 되돌아오고 있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 잠복해 있던 자금시장의 문제,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 주는 금융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6월19일 발표된 기업자금사정 원활화대책을 통해 기업 자금조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채 및 CP의 수요기반을 확충한다는 방침. 동시에 기업 자금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신축적인 유동성 공급기조 유지, 금융기관의 부실내역 공개와 대우문제 등을 신속히 처리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지속적인 하락을 경험한 후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현재 주변여건상 상승으로의 전환을 점치기에는 이른 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이어진 급반등은, 종합지수가 상승하려는 움직임이 강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하락주 추세선이자 2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의 반등은 장기간 하락 후의 반등, 반등 후에 이어지는 주 추세선 위에서의 조정 같은 하락국면에서의 반등이란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직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대기하고 있는 수요가 많지 않으며, 시장을 리드해 나갈 만한 주 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추세적인 상승전환은 힘들 전망. 하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종합지수는 주 추세선 위에서의 조정을 마무리 짓고, 점차 상승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대형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할 것 같다는 평. 대형주의 주 수요처인 기관투자가들과 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수는 상승폭이 제한되는 가운데, 중소형주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지금의 금융시장이다. 그러나 설비투자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던 우량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에서 보다 여유로운 입장이다. 때문에 금융시장의 위험이 시장위험에서 개별위험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이런 주식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중소형주가 많이 포진되어 있는 음식료, 제지, 제약, 조립금속업내 우량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것도 돈버는 길목을 지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약주 중에서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같은 우량 제약주들은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7월부터 실시될 의약분업은 아직 이해당사자들간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중에 큰 부자가 난다’는 투자격언을 잊지 말자. 의약분업 때문에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식으로 돈을 벌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

의약분업은 제약업체들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일 수도 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약품의 오용과 남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항생제를 비롯한 약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제약업체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감소는 경쟁력 없는 군소 제약업체들의 고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업계 상위를 점유하는 우량 제약주들은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은 판매제품 중 의약분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 의약품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녹십자는 전문치료제 중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항생제의 매출비중이 높지만, 의약분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출비중이 높다. 이런 제약주는 바로 상대적인 의약분업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귀중 대유투자자문 운용영업팀 과장 / 이코노미스트 제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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