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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이란, 핵무기 기폭장치 모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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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8일(현지시간)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왼쪽 사진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맨 앞)이 2008년 4월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쿰 인근 산악지대에 건설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건물의 위성 사진. 2009년 9월 26일 촬영한 것이다. [AP=연합뉴스]
아마노 IAEA 총장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이란 핵 개발 보고서의 핵심이다. 이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지난 10년간의 IAEA 보고서 중 가장 강경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위협하는 가운데 나온 이 보고서로 인해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그동안 이란에 대한 외교적 압력과 경제 제재, 핵 개발 방해 작업 등을 해 왔으나 별 성과가 없자 군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64) IAEA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활동을 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란이 핵 반응을 일으키는 기폭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2008년과 2009년 컴퓨터로 모의 핵실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2000년부터 수도 테헤란에서 동남쪽으로 30㎞ 떨어진 파르친 군사기지 내에 대형 격납용기를 만들어 기폭장치의 타당성을 실험해 왔다는 것이다. 아마노는 “이란은 중북부 쿰 인근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는 등 핵 활동을 계속해 숨기고 있다’며 “핵무기 개발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된 과학자들을 테헤란 주변 대학이나 첨단응용기술개발처 등의 조직에 숨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 국방부가 핵 프로그램을 주도해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한 많은 사람과의 인터뷰와 10개국 이상으로부터 정보를 취합해 정보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IAEA는 2003년 2월 “이라크가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 미국이 다음달 이라크를 침공한 바 있다.

 이란은 즉각 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국영 TV 생중계 방송을 통해 “우리는 가고자 하는 길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IAEA에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전했다. 35개국으로 구성된 IAEA 이사회는 오는 17~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중·러는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에 반대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 위협은 극도로 위험한 발상으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홍 기자

이란 핵 사태 일지

▶ 2002년 8월=반정부 단체, 우라늄 농축시설 폭로

▶ 2002년 12월=미국, 나탄즈 핵시설 위성사진 공개

▶ 2006년 4월=시험용 저농축 우라늄 추출 성공

▶ 2006년 12월=안보리, 이란 금융자산 동결 등 1차 제재 결의안 채택

▶ 2007년 3월=안보리, 이란 핵·미사일 관련 품목 수출 금지 등 2차 제재 결의안 채택

▶ 2008년 3월=안보리, 이란 항공·해상 화물 검색 허용 등 3차 제재 결의안 채택
▶ 2009년 10월=IAEA, 이란 쿰에 건설 중인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 현장 조사
▶ 2009년 11월=이란, 우라늄 농축시설 10곳 추가 증설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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