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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폐광을 관광지로 … 광명시의 역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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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도 광명시 가학폐광산에서 관람객들이 광산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광명시는 이곳을 레일바이크 등을 갖춘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강정현 기자]
양기대 광명시장

8일 오후 KTX 광명역에서 2㎞쯤 떨어진 경기도 광명시 가학산 중턱에 있는 가학광산. 광산 입구의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냉기가 몸을 감쌌다. 폭 3m, 높이 2m쯤 되는 갱도 주변에선 암석에 박힌 광맥이 불빛에 반사돼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은 1972년 폐쇄되기 전까지 수도권 최대의 광산이었다.

 이 폐광산이 관광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광명시는 올해 1월 광산 일대를 매입해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폐광된 지 39년 만이다. 강원도 등에서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한 사례는 많지만 수도권에서는 처음이다. 광명시는 가학광산을 레일바이크와 보트체험장, 4D 입체영화관, 공연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7.8㎞에 이르는 갱도와 최대 1000㎡나 되는 50여 개의 동공(광물을 모아두는 갱도 내 임시저장소) 등 활용가치가 높은 공간이 많다. 갱도는 레일바이크 구간으로 만들 수도 있고 폐광 내부에 있는 저수지에는 보트를 띄울 수도 있다. 벌써 입소문이 나 지난 8월 22일 임시 개방을 한 이후 두 달 만에 방문자가 1만 명을 넘었다.

 가학동 일대 주민들도 폐광 개발을 반기고 있다. 광석 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로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이 지역은 한동안 버려져 있었다. 1990년대에는 마을에서 생산된 곡물·채소에서 다량의 카드뮴이 검출돼 주민 상당수가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광산 입구에 쓰레기 소각장까지 들어서면서 ‘기피시설 집약지’란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졌다. 광명에서 30년간 살았다는 변지열(64)씨는 “광명역과 가깝고 산세가 좋아 등산이나 관광하기에 좋은 곳인데 그동안 폐광 때문에 사람들이 오기를 꺼렸다”며 “관광지로 개발되면 관광객이 많이 올 테고 주민들의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투자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경기도가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가학광산 개발이 성공할 경우 경기도 내 다른 폐광도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도 태백·정선지역의 폐광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제작사인 ㈜오콘도 경영진이 직접 광산을 방문하는 등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큰 틀은 시가 구상하고, 구역마다 특징을 살려 개발하면 수도권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유길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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