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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납량물 무더위와 한판 승부

중앙일보

입력

장마와 무더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한 다음은 납량특집이 출연할 차례. 올 여름 납량특집에서는 오랜 단골 구미호가 첨단과학의 세례를 받은 초능력 소녀에게 바통을 넘겨 세대교체를 이룬 것이 두드러진다.

매년 여름〈전설의 고향〉을 특집으로 제작해온 KBS가 올해에는 현대적인 스릴러물 〈RNA〉(이홍구 극본.전기상 연출)를 내놓기 때문이다.

KBS-2TV가 오는 7월 10일부터 방송할 16부작 미니시리즈 〈RNA〉는 화가 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곤두서면서 괴력을 발휘하는 소녀 세미(배두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릴러물. 어린 시절 대형사고를 당한 세미는 수술을 받기 위해 일본에 건너간다.

세미가 초능력자인 것을 알게 된 의료진이 암치료법을 개발한 의학박사의 RNA를 세미에게 이식해 보관시키고 이 과정에서 세미의 염력이 엄청나게 증폭된다는 설정이다.

RNA이식.초능력 등 드라마의 외피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공상과학적 상상력이지만 그 안쪽에는 왕따.원조교제.오빠부대 등 우리 10대 문화의 다양한 명암이 등장해 현실적인 힘을 실어준다.

조연출을 맡은 김성근PD의 말마따나 "납량물에는 본래 도덕적인 응징이 등장하게 마련" 이지만, 세미의 친구를 성폭행한 폭력배, 원조교제를 하던 패스트푸드점 사장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대목은 마치 타락한 기성세대에 대한 '10대의 분노' 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10대가 주인공이자 주요 관객인 최근 할리우드 공포영화처럼 〈RNA〉역시 KBS로서는 오랜만에 큰 기대를 갖고 내놓는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드라마다.

청소년드라마 〈학교〉로 스타덤에 오른 배두나가 주인공 세미로, 휴대폰.인터넷 등 n세대 광고모델 출신의 김효진.김채연이 각각 세미의 친구 명숙과 수지로 등장한다.

KBS 드라마특수영상제작팀의 강한석차장은 "영화 〈매트릭스〉의 스톱모션이나 세미의 뻗친 머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컴퓨터 그래픽 등 〈전설의 고향〉때와는 한 차원 달라진 특수효과를 준비 중" 이라고 '볼 거리' 에 대한 관심도 주문했다.

하지만 '납량물〓스릴러' 의 공식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 악령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 〈고스트〉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SBS는 이번에는 테러진압 경찰의 호쾌한 액션으로 무더위와 한판을 벌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는 7월 19일부터 방송할 20부작 미니시리즈 〈경찰특공대〉(이한호 극본.정세호 연출)는 지난해 11월 남녀 출연진이 실제로 서울 사당동의 경찰특공대에 입소, 9박10일간 특수 훈련을 받는 등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유학을 준비하다 형의 죽음을 계기로 경찰특공대에 투신한 동하 (김석훈), 자신의 친아버지인 줄 모르는 채 테러조직의 킬러를 쫓는 강주 (이종원)등의 사연을 통해 액션만이 아니라 '드라마' 에도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RNA〉의 제작진이 1993년 MBC 히트드라마 〈M〉의 작가 이홍구.〈전설의 고향〉의 전기상 PD 등 납량물 노하우를 자랑하는 반면, 〈경찰특공대〉는 작가 이한호.정세호 PD가 98년 김석훈 주연의 〈홍길동〉을 함께 만들었던 '액션' 콤비임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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