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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 임박” … 전투기·미사일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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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30여 ㎞ 떨어진 파르친 기지. 이곳에서는 이란의 핵 관련 주요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이스라엘 페레스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레츠 웹 사이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연일 경고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이날 “이란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며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4일 이스라엘 언론인 이스라엘 채널2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주요국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이란이 조만간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해 조만간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AP통신은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군사 공격 가능성이 지금 최고위층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레스 대통령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주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모의 폭격 훈련을 했으며 텔아비브 남부 군사기지에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이란에 대한 공격 준비를 마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8~9일께 공개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7일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며 “고농축 우라늄(HEU)을 활용한 핵폭탄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란은 소련과 북한 등 외국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핵무기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양국 간 무력충돌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IAEA의 보고서에는 이란의 핵 관련 연구실적과 유엔 사찰단이 7년간 수집한 방대한 양의 증거가 담겨 있다”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넘어 탄도미사일에 장착해 실전에 쓸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 미국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이란은 테헤란에서 약 30㎞ 떨어진 파르친 기지에서 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 기폭장치 시험 등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각종 시험을 하고 있다. 이 기지는 이란의 미사일과 폭탄 실험을 위한 곳으로 이미 수백 개의 터널과 벙커 등이 건설돼 있다. 하레츠는 파르친 기지의 시설들에 대한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국제테러 조직인 알카에다를 넘어서 미국과 중동의 우방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진척도에 따라 미국의 묵인하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2007년 북한이 지원한 시리아 원자로를 군사작전을 통해 파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란 핵시설의 경우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완전한 파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갈등을 악화시키고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매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이란 문제를 군사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란의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외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IAEA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에너지 생산을 위한 핵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있다”며 “IAEA 문서는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는 컴퓨터 제어장치가 북한의 핵 관련 설비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양국 간 핵 협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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