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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이상한 조명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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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관 조명을 켰을 때의 목척교 모습.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대전천 목척교(길이 73m)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다리는 밤만 되면 암흑이 되고 다리 주변은 우범지대가 된다. 8개월째다. 대전시가 정부의 에너지 절약 취지를 받아들여 경관 조명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목척교에서 50m 떨어진 곳에 전기를 많이 먹는 초대형 영상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경관을 인정받은 다리의 불은 끄고 24시간 가동되는 초대형 영상스크린은 시내 한복판에 설치하는 이상한 에너지정책이 대전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전시는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 ‘멀티미디어 LED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 165억원을 들여 길이 250m, 폭 15m의 초대형 영상스크린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총사업비 가운데 절반(82억원)은 국비다. 대전시는 이 조명시설을 내년 3월 착공해 2013년 6월 완공할 계획이다. 이 영상스크린은 하루 24시간 운영될 예정이라 전기요금도 상당히 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 영상스크린은 세계에서 넷째로 규모가 크다”며 “영상스크린이 조성되면 화려한 빛의 도시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조치에 부응한다”는 이유를 들어 대전천에 설치한 목척교 경관조명을 올해 3월 8일부터 껐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이 사업은 염홍철(자유선진당) 대전시장의 공약이다. 염 시장은 그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비바 비전(Viva Vision)’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명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빛의 도시로 치장하겠다는 대전시가 목척교에 대해서는 정반대 행정을 폈다. 3월 8일부터 경관조명을 끈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제한조치 때문이라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목척교 경관조명도 구도심 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대전시가 지난해 7월 조성했다. 당시 시장은 박성효(한나라당)씨였다.

 정부는 공공시설 경관조명을 원칙적으로 소등하라고 했지만 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목척교 조명은 소등 전까지 하루 3시간30분 정도 켰다. 전기료는 점등 시 160만원, 소등 시 12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주민 이호일(40)씨는 “멀쩡한 경관조명은 방치한 채 막대한 예산으로 초대형 영상스크린을 만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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