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포츠를 알자] 4. 시드니 선수단 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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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포츠는 철저한 소수정예주의다. 자신이 없으면 아예 도전하지 않는다.

오는 9월 15일 개막되는 시드니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북한이 40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9개 단체종목을 포함해 3백90여명의 선수단을 보내지만 북한은 '식구 많은' 단체종목 올림픽 지역예선에는 거의 출전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선수단 규모에 비해서는 쏠쏠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 이상 따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확실한 메달밭은 레슬링 자유형이다. 북한이 올림픽에 첫 출전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김광형이 동메달을 목에 건 이래 다섯차례 올림픽에서 금2.은2.동2개를 따냈다.

전체 금6.은5.동10개 가운데 3분의1에 가까운 숫자다. 현재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학선이 감독을 맡고 있으며 이용삼(57㎏급) 등 4명이 출전, 금메달 2개를 노린다.

북한은 소련과 동유럽국가의 영향을 받아 역도, 특히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 기간 중 올림픽 쿼터가 걸린 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않아 시드니올림픽 출전 티켓을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세계신기록을 경신한 이성희(여자 57㎏급) 정도가 특별초청 케이스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희가 출전한다면 금메달 가능성은 70% 이상이다.

바르셀로나.애틀랜타올림픽에서 두차례 은메달을 따낸 남자 간판 김명남은 98년 도핑 테스트에 걸려 자격정지 중이다.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48㎏급에서 일본의 다무라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계순희는 52㎏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예전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버밍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긴 했으나 3위에 그쳤다. 남자 간판 81㎏급 곽옥철은 98방콕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의 조인철에게 패했다.

북한은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나이조작 의혹을 받으면서도 체조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으나 그동안 안마종목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온 배길수의 은퇴설이 도는 등 하락세다.

최근 평행봉이 주종목인 종우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베일 속에 가려진 북한스포츠는 올림픽 때마다 깜짝 스타를 배출했다. 시드니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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