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코오롱-삼성 스카우트 전쟁

중앙일보

입력

국내마라톤 시장이 코오롱과 삼성전자의 스카우트 경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팀 재건에 나선 코오롱이 고교 졸업반 선수들을 `입도선매'식으로 쓸어담자 삼성전자가 뒤늦게 선수수급에 가세, 물밑 싸움이 치열해졌다.

마라톤 유망주들을 잡기 위한 두 팀간 다툼은 지난 2일 삼성전자팀 창단에 앞서 코오롱이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작전'을 펼치면서 막이 올랐다.

코오롱은 지난해 10월 이봉주, 권은주 등 선수들의 집단이탈로 붕괴 위기에 몰렸다가 이동찬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팀.

이런 안팎의 상황에다 한국마라톤을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린 자존심 때문에 스카우트에 대한 코오롱의 자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27일 현재 코오롱과 입단 계약을 한 선수는 이영미(인천체고)와 채은희(나주여상), 김은정(대전체고) 등 3명.

이영미는 이달 KBS배대회 5,000m와 1,500m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제2의 권은주'이며 채은희와 김은정은 타고난 자질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코오롱 프런트인 정하준 부장은 "이제 여자선수 영입은 끝났다"며 "앞으로도 마라톤 국내정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이 스카우트 레이스에서 먼저 치고 나간 데 허를 찔린 삼성전자는 최근 KBS배 5,000m 2위 이기덕(구로고)을 영입,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삼성 관계자는 "건질 만한 여자선수가 없어 남자대졸 선수 1명을 스카우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금까지는 코오롱이 일방적 리드를 지키고 있지만 `차세대 스타' 정남균(한체대)의 진로가 짙은 안개 속에 가려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정남균이 내건 조건은 계약금으로만 최소 3억.

이에 대해 코오롱과 삼성 모두 "역대 최고액인 김이용(상무)의 계약금도 1억이 안 됐다"며 겉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새천년 한국마라톤 맹주를 노리는 두 팀간의 양보없는 레이스가 어떤 결말을 맺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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