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할머니 "불우환자 진료해달라" 또 2억 쾌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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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폐질환 치료를 받다 보니 나처럼 병들어 고생하는 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몇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

평생 삯바느질을 해가며 한푼 두푼 돈을 모아온 이순옥(李順玉.88.서울 종로구 삼청동)할머니가 27일 가난한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치료비로 써달라며 2억원을 서울대병원에 기탁했다.

李할머니는 또 1976년 중앙중.고교에 장학회를 설립했고 93년엔 대원학원에 시가 30억원 상당의 상가를 기증했다.

할머니가 서울대병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94년 10월 기관지 질환을 앓아 이 병원에서 내과진료를 받으면서부터.

그후 통원치료를 받아오면서 몸이 아파 고통받는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 할머니는 97년 "의학 발전에 써달라" 며 이 병원에 10억원을 기탁했었다.

李할머니가 또다시 2억원을 내놓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4월 기관지 질환이 악화돼 한달간 입원해 있는 동안 몸이 아파도 치료비가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李할머니가 97년 기증한 10억원으로 할머니의 호를 따 '좌송(坐松)호흡기 연구기금' 을 조성한데 이어 이번에 기탁한 2억원은 불우 환자 진료를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6.25전쟁 중 남편을 잃고 고향인 충남 서산을 떠나 경남 마산으로 피란을 간 李할머니는 그곳에서 삯바느질과 한복 장사를 하며 악착같이 재산을 모았다.

이날 오후 4시 서울대병원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전달식에 참석한 李할머니는 "평생 땀흘려 벌어온 깨끗한 돈이기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쓰는 게 적당할 것 같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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