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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윤이상 흔적 지워야” … 통영서 추모제 반발 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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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윤이상 추모제가 열린 3일 경남 통영시 문화마당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윤이상은 신숙자와 어린 두 딸을 북한의 생지옥으로 보낸 대가로 평생 호강했다”고 주장했다. [통영=연합뉴스]

경남 통영이 낳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1917~95)의 친북활동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윤이상을 규탄하는 집회가, 다른 쪽에선 추모제가 열리는 등 대립 양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본지 10월 31일자 18면>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대청소 500만 야전군(대표 지만원)’은 3일 오후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숙자 모녀 월북 배후 조종 윤이상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윤이상은 ‘통영의 딸’ 신숙자(69)와 어린 두 딸을 북한의 생지옥으로 보낸 대가로 평생 호강했다”며 “윤이상은 통영의 딸을 팔아넘긴 통영의 반역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이상의 기념물로 가득 채워져 있는 통영에서 윤이상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윤이상은 악질 간첩이다. 추모행사 웬 말이냐”라는 구호를 외치고 윤이상 가족의 추방, 신씨 모녀의 신속한 송환 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통영 예술인들로 구성된 ‘통영예술의향기’(대표 이지연 통영시의원)는 이날 오전 도천동 테마파크에서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윤이상 추모제’를 열었다. 6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참석을 위해 지난달 중순 입국한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84)씨와 딸 윤정(61)씨는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지난달 31일 통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장은 “윤이상 선생을 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윤이상이 신숙자 가족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 통영예술인들이 조만간 대응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 머물다 85년 부인 신숙자씨와 두 딸을 데리고 북한으로 갔다 이듬해 홀로 탈출한 오길남(69) 박사는 자서전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 등을 통해 윤이상이 월북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영 현대교회 방수열 목사와 보수단체들은 신숙자씨가 통영 출신임을 내세워 ‘통영의 딸’ 구출 및 송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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