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포 없는 LG, 박격포로 승리.

중앙일보

입력

현대와 LG의 11차전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두고두고 회자될 경기로 남을 것 같다.

양팀이 5승5패의 균형 속에 만난 것도 그렇거니와, 비가 오는 가운데 3번의 동점에 이은 짜릿한 역전으로 경기가 마무리된 때문인데다, 경기내용을 복기해볼 때 4방의 대포로 앞서나간 현대와 박격포로 쫓아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한 LG의 극명한 대비가 명승부를 말해주는 것.

비오는 날의 경기는 선취점이 매우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1점이라도 뒤진 팀의 쫓기는 입장은 조급한 플레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역시 그랬다.

LG는 오늘 경기 내내 쫓기는 심정이었고, 패전에 대한 그림을 감독과 선수 모두 여러 번 그렸다. 하지만 9회 짜릿한 웃음은 승전보와 함께 끝을 맺었다.

경기 성립 요건인 5회말 1사 3루의 선취점 찬스에서 현대 7번 퀸란은 홈런을 터뜨리며 2점을 팀에 안겼다.

경기의 주도권을 현대가 쥐는 상황이었다. 6회 LG가 김재현-이병규의 2루타와 상대 베터리의 폭투와 포일로 동점을 만든 뒤에도 현대는 대포를 앞세웠다.

6회 전준호와 7회 박경완이 각각 자주포를 쏘아올린 것. 4-4동점인 8회 2사에서 박재홍의 추가포는 ‘마감탄’인 듯 싶었다.

하지만 곡사포부대에 대응한 LG의 박격포는 써도 써도 포탄이 남아있었다. 9회 유지현 – 김재현 – 양준혁이 ‘따다닥’ 3발을 쳐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준 것.

비록 대포는 없지만 선수단의 협력으로 여러 발을 쏘아대며 상대를 때려눕히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은 ‘신바람야구’로 통했던 그간의 LG야구와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준 아주 특별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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