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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카페] 재미삼아 뭉쳤더니 ‘록근’도 두 배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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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크라잉넛과 갤럭시익스프레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경록·이주현·김인수·김희권·이상면·이상혁·박종현·박윤식.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 크라잉넛. 1995년 서울 홍익대 인근 출생. 친구들끼리 “재미삼아” 밴드를 꾸렸다가 “재밌어서” 계속 음악을 하고 있음. 98년 정규 1집 ‘말달리자’를 13만 장 팔면서 인디 음악계의 맨 꼭대기에 오름. 한경록(베이스)·이상면(기타)·이상혁(드럼)·박윤식(보컬)·김인수(건반) 등 멤버 교체 한 번 없이 16년째 건재해온 인디밴드의 조상.

 #2. 갤럭시익스프레스. 2006년 홍익대 인근 출생.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에 충격 받아 밴드 결성. 이주현(베이스·보컬)·박종현(기타·보컬)·김희권(드럼) 등은 거칠고 드센 음악을 내질러왔음. 최근엔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 한국적 록을 퍼뜨리고 있음. 2009년 1집 ‘노이즈 온 파이어(Noise On Fire)’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 올 초 같은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상 선정.

 크라잉넛과 갤럭시익스프레스, 이 요란한 두 밴드는 퍽 닮았다. 메이저 음반사가 손짓할 만큼 잘 나가는 밴드지만, 홍대 바닥을 떠난 적이 없다. 두 밴드는 이렇게 되묻는다. “홍대 클럽을 떠나서도 재미있는 음악이 가능할까.” 그러니까 두 밴드의 음악은 ‘재미’가 초점이다. 이들의 라이브 무대가 압도적으로 신나는 것도 그래서다. 객석에 “록근(록의 근육) 단련”을 주문하면서 매서운 음악을 몰아치곤 한다.

 이들 ‘악동 밴드’가 뭉쳤다. 스플릿 앨범 ‘개구쟁이’를 발표했다. 스플릿 앨범은 LP 시절 다른 두 팀의 음악을 앞면과 뒷면에 실어 발매하던 형태다. CD 형태론 몹시 드물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런 일을 대체 왜 꾸민 걸까. 두 밴드를 합쳐 모두 여덟 멤버와 마주 앉았다.

 “제주도에서 공연 뒷풀이하다가 술김에 결정했어요. 재미있잖아요. 으하하하.”(한경록)

 “서른 넘은 나이에 ‘개구쟁이’란 타이틀을 달 수 있는 팀이 우리 두 밴드 말고 또 있겠어요?”(이주현)

 앨범에는 크라잉넛이 2곡, 갤럭시익스프레스가 3곡의 신곡을 실었다. 크라잉넛의 타이틀곡은 ‘이사 가는 날’이다. ‘밤이 깊었네’처럼 중간 빠르기의 록 멜로디다. 재개발 때문에 이삿짐을 꾸리게 된 처지를 담담하게 노래했다. 곡을 쓴 한경록은 “개발 열풍에 떠밀려나는 사람들을 노래했다”고 했다.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를 타이틀로 골랐다. 기존의 드센 음악 대신 차분한 록 리듬이 흐른다. 이주현은 “지난날에 얽매여 살지 말자는 다짐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도중 이들은 자주 깔깔댔다. 어느덧 서른 줄을 훌쩍 넘어선 개구쟁이 록커들은 서로를 격려했다. “우리는 크라잉넛 형들의 명성에 업혀간다고 생각해요.”(박종현). “무슨 소리? 우리가 갤럭시익스프레스에 업혀간다고! 젊은 피가 좋은 거잖아.”(이상면)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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