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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혼,전직 ...인생 고비마다 지침 제공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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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호 14면

팝심리학(pop psychology)·대중심리학(popular psychology)은 언론·작가·학자들의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간 심리학의 지류다. 팝심리학은 심리학을 기초로 인간의 정신·행동에 대한 이론을 상품·용역으로 생산하는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도서·세미나·멀티미디어 제품과 같은 상품·용역들이다.
팝심리학은 경영, 종교·영성과 더불어 우리가 ‘자기계발’이라고 부르는 셀프헬프(self-help) 분야의 3대 주축을 이룬다. 셀프헬프는 미국에서만 이미 110억 달러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산업이다. 셀프헬프에서 팝심리학의 비중이 워낙 커 ‘팝심리학 산업’을 따로 떼내기도 한다.

자기계발 분야 3대축 ‘팝심리학’

팝심리학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분명 팝심리학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사람들은 팝심리학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다’는 것을 알게 돼 안도한다. 결혼·이혼·실직·전직·졸업·출산,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등 인생의 고비고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침도 제공한다. 쉬쉬하던 개인·사회 심리의 문제를 공공의 공간으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문제는 과학적 근거다. 팝심리학의 주장에는 반쯤 맞고 반쯤 틀리거나 아예 엉뚱한 주장도 많다. 사실 대중은 정신의학(psychiatry)과 심리학(psychology)을 구별해 내는 것도 버겁다. 그런 판에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작가들이 ‘박사’ 타이틀을 내걸고 그럴듯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팝심리학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책임 회피의 근거도 마련해 준다. 그 결과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치료를 늦출 우려가 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는 식의 오진을 범할 위험이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심리적·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며 남모를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일부 세미나 형식의 팝심리학에는 컬트(cult)적 요소까지 있다.

최근 팝심리학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도서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스튜어트 저스트먼의 '바보의 천국:팝심리학의 비현실세계'(2005), 스콧 릴리언펠드 에모리대 교수 등 4명의 학자가 집필한 '팝심리학의 50대 신화'(2009) 같은 것들이다.
옥스퍼드대 데보라 캐머런 교수의 '화성과 금성의 신화: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른 언어를 말하는가?'(2007년)는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1992)를 직접 겨냥했다. 캐머런 교수에 따르면 남녀 차이보다는 역할 차이에 따른 언어 차이가 더 크다. 예컨대 상관과 부하는 다르게 말한다.
'팝심리학의 50대 신화'는 우리말로 '유혹하는 심리학:조종하고 현혹하는 심리학을 의심하다'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팝심리학의 50대 신화'는 ‘좌뇌형·우뇌형 인간의 존재’ ‘중년의 위기’ ‘사춘기’와 같이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은 팝심리학 신화들을 50가지로 정리해 비판한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인간은 뇌를 100% 활용한다.
*‘분노를 억누르는 것은 나쁘다. 분노를 표출해야 분노가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틀렸다. 공격성은 공격성을 낳는다.
*‘이성은 서로 다른 점이 많아야 끌린다’는 통설도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성격·가치관·취미·신체적 특징이 비슷해야 의견 충돌이 덜하다.
한편 과학이 아니라 종교적 입장에서 팝심리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팝심리학이 ‘인간은 선하다’ ‘죄의식을 갖는 것은 나쁘다’는 인간관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특히 기독교의 인간관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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