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폰서 검사 의혹 … 검·경 수사권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신종대(51·사법시험 23회·사진) 대구지검장의 전격 사표 제출 사건으로 ‘스폰서 검사’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신 지검장이 고향 선배인 지역 기업가로부터 실제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일부 드러나고 경찰의 내사 종결 후 일주일 만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28일 대검찰청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남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도장전문업체인 P사의 하도급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업체 K회장(62)이 신 지검장에게 수년 동안 1400만원가량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발견,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뇌물죄 공소시효(5년)가 끝나지 않은 돈이 900만원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를 벌였다. 이어 수표 90만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K회장은 신 지검장과 고향(경남 거제) 선후배 사이로 향우회 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6개월에 걸친 내사에서 신 지검장에 대한 범죄 혐의점은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지난 17일 내사종결 의견으로 광주지검 특수부에 보고했다. 검찰은 일주일 뒤인 25일 “내사종결하라”고 지휘했다. 이에 대해 전남경찰청 측은 “확인된 금액이 크지 않고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내사를 종결키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검 감찰본부가 경찰의 수사지휘 보고를 받고도 신 지검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 식구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검은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 당시 감찰 조사를 거쳐 관련 검사들을 대기 발령했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먼저 내사종결 의견을 밝혀 왔고, 감찰본부가 내사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신 지검장은 내사와 상관없이 더 이상 지검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사표를 수리키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신 지검장은 28일 오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고향 선배인 P사의 K회장이 본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해 경찰에서 내사종결된 사안”이라며 “금품을 수수한 적도, 경찰 조사를 받은 일도 없지만 여러 사정상 검사장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 사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검은 당초 이날 신 지검장의 퇴임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본인의 뜻에 따라 취소했다.

 최근 검찰과 경찰은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에 수사지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직 지검장에 대한 경찰의 내사 자체가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또 지검장 등 검찰 고위 인사 관련 비리 의혹 사건의 내사종결 지휘를 당사자인 검찰이 행사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지검장 사퇴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대립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은 최근 “수사 대상자가 전·현직 검사 또는 검찰청 공무원인 경우에는 수사 지휘 예외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시행령 초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반면 검찰은 “공무원에 관한 범죄는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후 검찰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관한 수사 지휘 등에 관한 규정’ 초안을 총리실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찰의 내사 범위와 시점 등이 대통령령에 어떻게 규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동현 기자

◆스폰서 검사=검사의 지위나 권한을 활용해 돈이나 재물,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검사를 일컫는 말. 지난해 부산의 건설업자 정용재씨가 “57명의 전·현직 검사에게 돈과 향응, 성접대 등을 해 왔다”고 주장,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또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은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도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