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민병덕(사진) 행장은 ‘은행이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대마진이 크고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에도 “외국과 비교해 달라”며 에둘러 반론을 폈다.
민 행장은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수익은 사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정도로, 많다고 볼 수 없다”며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은행들이 그만큼 영업을 잘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은행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는 시기에 뭐라 말해도 변명처럼 들려서 조심스럽다”며 “은행이 그동안 잘못해 온 점에 대해선 겸허히 반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억울하다기보다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입을 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행권에 대한 분노가 크다.
“삼성·LG·현대차 그룹 등의 제조업, 한류와 같은 문화 콘텐트 등에 비해 금융의 (국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자칫 과잉 비난이 지속돼서 은행 영업을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인재들이 은행을 떠날까 두렵다.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쪼그라들면 결국 외국 자본이 다 점령하지 않겠느냐. 금융의 역할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혈액과 같다. 혈액이 돌지 않으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은행들이 일제히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낮췄다. 이렇게 내릴 수 있는데 지금까지 왜 안 내렸느냐는 비난도 있다.
“예대마진과 비싼 수수료로 은행들이 서민을 상대로 손쉽게 돈놀이만 해왔다는 비난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조(兆) 단위 수익이라는 수치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은행의 자산·자본 규모를 함께 봐달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수익률(ROA·순이익/총자산)이 여전히 낮다. ”
-스스로를 1%라고 생각하나.
“우선 1%라는 용어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양분화하고 양극화를 심화하는 용어다.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스스로 1%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30여 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은행은 여러 이익집단을 상대한다. 거래 고객뿐 아니라 투자자(주주), 내부 직원, 지역 사회, 정부 등이 있다. 이들 집단 간 이익이 상충될 때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게 경영이다. 적정 수익을 내면서 사회 환원도 하고 배당도 하면서 고객서비스를 만족시켜야 한다.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서운하게 받아들이는 이익집단이 있을 수 있다.”
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