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타협 실패… 의료대란 예고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의약분업안 개선에 관한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병원협회는 즉각 오는 20일부터 외래 진료를 거부키로 했으며, 동네의원도 폐업을 강행키로 해 의료대란이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부 안효환(安孝煥) 약무식품정책과장은 15일 "의협의 10가지 요구사항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거나 법을 바꿔야 하는 것들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 고 밝혔다.

安과장은 "현행 의약품 분류는 전문가에게 자문해 확정한 것으로 선진국 수준이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재평가작업을 벌일 예정" 이라며 의협의 전면 재분류 요구를 일축했다.

지역의료보험 재정 50% 국고지원은 계속 노력할 사항이며, 약화사고 책임 부분은 이미 법에 명시돼 있고 앞으로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할 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약사법 개정▶약사의 임의조제 금지▶의약분업 시범사업 등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법에 명시돼 있거나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는 이날 상임이사회 및 시.도지부장 연석회의를 열고 20일부터 외래 환자를 일제히 받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중앙병원.삼성의료원 등 9백여 병원은 응급실.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만 운영하고 입원환자만 진료할 예정이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들과 교수, 봉직의(병원의사) 들이 외래 진료를 폐쇄하지 않으면 응급환자도 보지않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외래진료 거부를 결의할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의사협회도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어 폐업 강행을 재차 확인하고 동네 의원들은 입원 환자들을 퇴원시키는 등 폐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로 몰리게 돼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며 자칫 치료를 제대로 못받아 목숨을 잃는 환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의협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아니었다" 며 "앞으로 우리를 의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거부한다" 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개혁을 위한 비상상황실' 을 설치하고 17일 전체 회원들을 상대로 폐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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