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선 독점이 좋다"

중앙일보

입력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신경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기존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독점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신경제 옹호론자들은 "신경제에서는 독점이 불가피한 현상이며, 오히려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이같은 논지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업분할 명령을 받고, 비자.마스터카드의 반독점법 위반 재판이 시작됐으며, 포드자동차 등의 온라인 공동구매 계획이 반독점법 저촉 시비를 불러일으키는등 독점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 독점 폐해론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 주목을 끌고 있다.

◇ 구경제에서의 독점론

기존 경제이론은 "독점은 기업간 경쟁을 제한, 상품.서비스 가격을 불합리하게 끌어올려 소비자와 경제 전체에 해를 끼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경제학의 원조격인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 따르면 생산자들은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을 거쳐 결국 가격을 한계비용까지 내림으로써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경쟁이 없어지고, 상품이 귀해지면 물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라(희귀성의 원칙)독점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신경제론자들의 반박

신경제에서는 네트워크의 발달로 독점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관례가 되고 있다(자연 독점). 정보통신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갈수록 커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온라인(AOL)이나 MS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려는 것은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가 갈수록 거대화하는 것은 다른 곳보다도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팔 기회가 가장 많아서다.

그러나 신경제 하에서는 독점은 경쟁을 촉발시킨다. 할 배리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기업들은 복권 당첨자와 같이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고 말한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독점을 하게 되면 가격이 오르지만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반대다. 희소성의 원칙이 깨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소비자들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많이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더 많이 만들게 되고 결국 소비자가 유리해진다.

독점은 일시적 상태에 불과하고 얼마 후가 되면 다른 기업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같은 경쟁상태 속에서는 판매가가 원가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독점을 금지하면 기업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

◇ 미 정부 입장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국가의 새로운 부'' 란 주제로 행한 연설에서 "정보기반사회에서 생산력을 자극하는 것은 일시적인 독점" 이라며 "독점이 없다면 가격은 한계생산 비용 아래로 떨어져 기업의 존립 근거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자연 독점이 많아지면 해악보다 이득이 많다" 며 " 독점력 추구는 신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본 원동력" 고 밝혔다.

법무부도 "MS 소송의 본질은 독점이 아니며, MS가 독점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누리기 위해 불법 행위를 했다는 점" 이라는 입장이다.
''
앨런 그린스펀 FBR 의장도 개인적으로 "미래에는 다양한 시장이 필연적으로 하나로 통합될 것" 이라고 말하는등 신경제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자연독점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또 신경제에서도 기존 독점론이 효력이 있는지 회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경제 전문가 6명을 초청, 이에 대해 논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