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태권V' 열풍, 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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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유일한 국내 로봇이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태권V.
태권V는 76년 개봉된 〈로보트 태권브이〉에서부터 90년의 〈태권브이 90〉까지 모두 7편이 있다. 그리고 개봉당시 그 인기는 대단했다.

태권V는 로봇물 종주국 일본의 아류라는 식의 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나 우리나라 메카물의 자존심이다.

작년은 그야말로 태권V에 대한 관심이 컸던 한해다. 태권V 제작에 관련된 제작발표회와 태권V 옛 영화 상영회 등 많은 활동들이 있었고 태권V 부활 동호회도 생겨났으며, 곳곳에서 태권V 상영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갑자기 '태권V' 열풍이 사라진 듯 조용해졌다.

애니메이션 제작뿐만이 아니다. 캐릭터 전문업체가 나서 본격적인 산업에 나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도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다시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튜디오V(박현식 사장)와 신원프로덕션(유성웅 사장)에서 각각 제작중이던 2대의 태권V 때문에 분쟁이 났던 적이 있다.

태권V 제작에 관한 사건이 이렇게 커졌던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에 아직 영상저작물에 관한 표준모델이 없었고 또한 그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인데, 요즘 태권V에 대한 모든 관심이 사라진 듯 조용한 이유가 여기있다.

바로 개념없이 여기저기 떠돌던 저작권을 정리하고 체계적인 홍보와 작품제작을 위해서 '김청기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이 뭉친 것이다.

문제가 된 저작권의 표준모델을 제시하고 자칫 산발적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는 태권V 프로젝트에 힘을 싣기 위해서 태권V에 관련된 모든 작품제작과 상품제작을 몇개월째 중단해 오고 있다.

태권V의 저작물을 소유하고 있는 김청기 감독은 '김청기 매니지먼트'의 김병헌씨(서울 애니메이션 본부장)에게 모든 저작권을 양도했다.

그렇기때문에 현재 태권V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저작권은 서울애니메이션의 김병헌 본부장이 위임받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외배급 등의 영상물에 관한 모든 권한은 한 영화사측에 양도할 계획이다.

이런 법적 절차로 인해 작년 법정싸움까지 불사하겠다던 신원 측과는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현재 태권V의 영상, 배급, 캐릭터사업 등은 각각 특정업체가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태권V 프로젝트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각각의 시일을 맞춰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그래서 모든 프로젝트를 1년간 보류시킨 것이다.

각자 진행해 오던 것이 있지만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음을 공감하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체계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현재 저작권을 위임받은 서울애니메이션의 김병헌 본부장은 "우리나라 예전 애니메이션 작품들 중 리메이크 하면 성과를 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해결이 어려워 당장 시작하지 못한다" 며 영상저작물과 미술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표준모델이 법적으로 마련이 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어찌되었건 당분간 태권V에 대한 소식은 접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큰 틀이 잡힌 태권V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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