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증시활성화에 큰 도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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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시활성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대적M&A의 전면 허용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으나 적대적 M&A가 허용되더라도 증시에 별다른 모멘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7일 한누리투자증권이 12월 결산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M&A의 조건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적대적 M&A가 가능한 기업들은 대부분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소형종목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A를 통해 증시활성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기업들은 낮은 대주주지분율에도 불구, 과도한 부채비율과 비효율적 자산운영 등으로 M&A를 추진할 매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M&A를 추진할 매력이 있으려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를 현저히 밑돌아야 하며 특히 보유현금자산이 시가총액과 부채의 합계보다 작은 경우는 차입을 통해 지분을 매수하는 M&A기법인 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의 대상이 된다.

한누리투자증권은 M&A가 가능한 조건으로 ▲대주주지분율이 35%이하일 것 ▲M&A에 투여된 자금회수기간이 4년 미만일 것 ▲보유현금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클 것 등 3가지를 꼽고 이를 토대로 12월 결산 463개 상장사의 M&A가능성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이수화학, 대한제분, 조흥화학, 흥아타이어 등 14개사의 매력도가 가장 높았으나 이들 기업은 모두 시가총액이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로 M&A가 이뤄지더라도 증시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시가총액이 3천억원을 웃도는 대형종목들 가운데 M&A매력도가 높은 아남반도체 등의 경우는 과도한 부채비율로 인해 인수자금 부담이 너무 크고 동원된 자금의 회수기간이 4년 이상으로 너무 길어 적대적 M&A를 추진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누리투자증권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주들의 적대적 M&A가 실현된다면 주주가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주주가치보다 경영자파워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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